응모작 3만건에도 돌고돌아 '대통령실'…청와대, 61년만 역사속 퇴장

대국민 공모서 추린 5개 후보작 모두 제외…'대통령실' 명칭 당분간 유지
'최고권력 산실' 경무대→청와대→?…"더 많은 사람 납득할 이름 찾겠다"

입력 : 2022-06-14 오후 7:41:27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용산에 새 둥지를 튼 대통령 집무실 명칭이 돌고 돌아 '용산 대통령실'로 사실상 낙점됐다.
 
약 2개월간의 대국민 공모와 전문가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후보군 중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는 14일 오후 최종회의 결과 집무실의 새 명칭을 권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임시로 사용된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을 당분간 계속 쓰기로 했다.
 
국민의집·국민청사·민음청사·바른누리·이태원로22 등 대국민 공모서 압축된 최종 후보작 5개는 모두 제외됐다.
 
이들 후보군을 대상으로 지난 3∼9일 2만9천1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선호도 조사에서 과반 득표작이 없었고 명칭마다 부정적 여론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긴 어렵단 점이 작용했다는 게 강 대변인 설명이다.
 
온라인 선호도 조사에서 이태원로22 선호도가 32.1%로 가장 높았고 국민청사(28.1%)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태원로22는 단어의 무게감, 외국 명칭과의 유사성 등이 문제로 지적됐고, 국민청사에 대해선 '중국 국민당'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 등이 나왔다.
 
강 대변인은 "60여 년간 사용된 청와대 사례를 볼 때 한 번 정하면 오랫동안 그 이름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성급히 선정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합당한 명칭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더 갖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최고 권력의 산실을 칭하는 단어는 이로써 '대통령실'로 일단 칭하게 됐다. 대통령 집무실로서의 '청와대'는 61년 만에 공식 퇴장하게 됐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며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북악산과 경복궁 사이 관저를 '경무대'(景武臺)'로 부른 것이 시작이다.
 
'푸른 기와집'을 뜻하는 청와대(靑瓦臺)로 개칭한 이는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1960년 12월 30일자 경향신문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은 특별담화에서 이듬해 1월 1일부터 경무대 대신 청와대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4·19 혁명 분위기 속에 "독재 정권의 아성 같은 인상을 준"(경향신문 보도) 경무대에 대한 부정적 민심을 고려한 것이다.
 
당시 인근 동네 이름(청운동)을 딴 청운대로 짓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본관의 푸른 기와지붕에서 착안한 청와대로 결정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집무실을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 사상 첫 '용산 시대'를 연 윤 대통령은 집무실 작명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 4월 15일부터 약 한달간 총 1천200만원 상금을 내걸고 진행된 대국민 공모에는 무려 3만 건이 접수됐다.
 
디자인·건축·광고 ·방송 등 분야별 전문가와 민간대표 1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최종 후보작 5건을 집중 심의하고 선호도 조사도 진행했으나, 결국 명칭을 정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명칭 선정 작업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민의힘 지도부 오찬에서 '공모(통과)한 이름이 다 마음에 안 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의 의견도 여러 사람의 의견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결과가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조금 더 납득할 수 있는 더 좋은 이름을 앞으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일단 여기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가이드를 준 것이 하나도 없다. 대통령은 공모로 정하자고 했다"며 새이름위 결정이 윤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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