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6년반만에 처음으로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선 후 추가적인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환율전쟁 가능성도 관심사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 15일 엔화의 추가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도쿄는 물론 런던ㆍ뉴욕 외환시장에서 고강도 시장개입에 나섰다.
그 결과 달러당 82엔까지 떨어졌던 엔화환율은 85엔대에서 안정을 보이고 있다.
◇日당국개입..강세추세 저지 목적
일본의 시장개입은 더 이상 엔화 강세를 방치할 경우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돼 고용불안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엔화값이 1엔 오르면 연간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300억엔,혼다는 170억엔씩 감소할 정도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지난 1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은 5.0%(연율 기준)에서 2분기 1.5%로 급격히 둔화됐다.
이처럼 일본의 이번 시장개입은 엔화의 약세전환이라기보다 강세추세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日정부, 추가 개입시사
일본 정부와 은행은 앞으로도 장세에 따라 추가적인 시장 개입이 있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6일 간 나오토 총리는 "급격한 변동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필요한 때는 확고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도 "정부의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며, 일본은행도 정부를 측면 지원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日 외환시장 개입 비난 '봇물'
이제 시장의 관심은 국제적인 반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단독개입이 지속되는지 여부와 효과에 있다.
미국과 유럽이 경기침체 및 금융불안으로 인해 자국통화 절하를 용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단독개입에 의한 엔고 저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와 BOJ의 외환시장 단독개입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일본이 독단적인 외환시장 개입 정책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샌더 레빈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의 위원장도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일본이 지금까지의 국제적인 양해를 깨고 세계 주요 선진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실시한 것에 대해 "하루 외환거래가 4조달러(약 340조엔)에 달하는 세계시장에서 단독개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 환율전쟁 고조될까?
문제는 이러한 국제적인 비난에도 일본이 지속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선다면, 환율전쟁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엔화 절하가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면, 모처럼 수출과 내수 진작으로 탄력을 받은 독일 등 유럽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돼 회복세를 보이던 유로화 가치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미국과 유럽 등까지 각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방어에 나선다면, 세계경제는 보호무역주의로 흘러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일본은 추가개입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