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1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오는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이 북한 7차 핵실험 강행의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간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한 사례가 잦았다. 다만 최종 변수는 장마철 날씨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중국 공산당 대회 일정이다. 북한이 7월4일을 전후로 핵실험에 나서지 않는다면 10월 이후인 가을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일 정보당국과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핵실험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으나, 올 초 복구에 나선 것이 위성사진 등으로 확인되면서 7차 핵실험 장소로 주목 받았다.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쳤음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먼저 날씨가 꼽힌다. 그동안 북한은 장마기간인 7, 8월에 핵실험을 진행한 적이 없다. 앞서 총 6차례 핵실험 중 1월과 2월, 5월, 10월에 각각 한 차례, 9월에 두 차례 실시했다. 계절별로 분류하면 봄 1회, 가을 3회, 겨울 2회다. 장마기간인 여름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장마가)북한이 핵실험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적인 요인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지 않는 배경으로 '장마철 날씨'를 꼽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핵실험에는 날씨가 제일 중요한데, 곧 장마가 시작한다"며 "장마가 시작되면 핵실험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장마철에는)홍수에 의해서 지반이 상당히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그 속에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방사능 오염물질 유출 가능성까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21일 평양 우의탑을 찾아 꽃바구니를 진정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2019년 6월22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대외물자 조달 등 경제를 전적으로 중국에게 의존하고 있는 북한이 향후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주석은 오는 10월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3연임을 노리고 있다. 때문에 시 주석으로서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이 국제정치에 휘말리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대만에 이어 북핵 문제마저 화두로 등장할 경우 중국에게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시기 조율에 있어서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중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핵실험을)보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에 있어서 상당히 차이가 난다"며 "(북한의)ICBM 발사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비판을 견딜 수 있지만 핵실험은 다르다. 국제사회로부터 중국이 고립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그런 부분을 충분하게 북한에게 설명했고, 북한 또한 (핵실험)보류에 대한 대가로 방역, 식량, 생필품 등의 지원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코로나에 더해 최근 북한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급성 장내성 전염병도 북한이 핵실험을 주저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이 코로나와 장내성 질병인 장티푸스 등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핵실험까지 하게 되면 (미국과의)협상력을 높일 수 있겠나 싶다"며 "질병으로 인해 민심이 흉흉하고 농사도 어렵다. 이런 마당에 핵실험을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해주시에 보낸 의약품이 주민들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 핵실험 강행의 1차 데드라인으로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꼽았다. 그동안 긴장을 고조시켜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했던 북한의 행보를 보면, 미국 독립기념일 도발은 북한 입장에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징적인 디 데이(D-Day)다.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핵실험을 한 적은 없지만 2006년과 2009년, 2017년, 2020년에 미사일 발사 등으로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7월4일에 핵실험을 하게 되면, 그로부터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결정은 10월이니 두 달 이상 시간이 있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독립기념일에)미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확실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7월4일을 넘어가면 장마가 시작된다"며 "장마가 시작되면 핵실험 가능성은 낮아진다. 북한이 (7월초 핵실험 감행에 대한)장단점을 따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