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우리 경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300원을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발동하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미 연준이 단기간 내 자이언트 스텝에 버금가는 정책금리 인상에 나섰다고 이미 예고했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필요 시 시장 안정 노력을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조만간 한국은행도 미 연준의 흐름에 맞춰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기초여건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환율 진정은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와 통화 당국이 명확한 금리 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주고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선까지 오를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5원 상승한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또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일(1292.4원), 21일(1293.6원), 22일(1297.3원)에 이어 4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자료는 올해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및 원자잿값 상승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이다. 모두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울뿐더러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변수라는 점에서 뾰족한 대안 마련은 쉽지 않다.
아울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발언을 한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험회피 심리가 더욱 강해지면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투자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정부도 황급하게 이에 대한 대응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 긴축 가속화 및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안정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나 통화 당국이 조속한 시일 내에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보다 명확한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가치가 오를만한 마땅한 호재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자금 이동 부분에 있어 금리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미국은 이미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섰고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로 나서겠다고 시장과 계속 소통하는 중인데 우리 통화 당국은 여러 요인들을 검토하며 기다려보겠다는 미온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속도에 맞는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300원 선은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도달하지 않은 레벨"이라며 "1350원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금리 역전 문제를 고려해서라도 금리 인상이 조속히 단행돼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전 수요 발생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정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달러 환율이 23일 13년 만에 우리 경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3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