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8월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윤곽을 드러냈다. 대부분이 최고위원이 아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거론되는 주자만 최대 12명이다. 당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서도 이들이 최고위원이 아닌 당대표 도전에 나서려는 배경에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대항마로서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8일 현재까지 당대표 출마를 시사하거나 공식 선언한 의원들은 5선 설훈 의원, 4선 우원식 의원, 3선 정청래·김민석 의원, 재선 강병원·강훈식·박용진 의원 등 7명이다. 이들 중 김민석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97그룹(90년대학번, 70년대생)에 속하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 의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출마를 시사했다. 박주민 의원이 고민을 거듭 중인 가운데, 전재수 의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7월 초까지 의견을 두루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당대표 도전 방침을 굳히고, 현안들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며 운동장에 뛰어들었다.
설훈 의원은 홍영표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의원에게 동반 불출마를 제안하며 불출마에 무게를 실었지만, 이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예정대로 전당대회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설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이 출마하면 저도 출마할 것"이라며 "이 의원이 출마 안하면 당연히 저도 출마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 의원과 함께 이 의원에게 동반 불출마를 제안한 홍영표 의원은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우원식 의원도 이재명 의원의 출마까지 고려해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이 의원과의 동반 출마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 의원 측 관계자는 "우 의원과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의견을 계속 나누고 있다"며 "이 의원이 출마하면 우 의원의 출마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현재 당대표 경선을 준비 중이지만 이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정 의원은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시 최고위원 도전 가능성에 대해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원외주자 가운데 김해영 전 의원은 "여러 가지로 보고 있다. 숙고 중에 있다"며 출마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여기에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선언도 임박한 상황이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까지 포함하면 민주당은 최대 12명의 당대표 도전이 예상된다.
지난 2018년 11월19일 서울 합정역 인근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린 '서태지 세대 모여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시민평의회 중구난방'에서 20대 국회 민주당 소속 70년대생 의원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훈식 의원실 제공, 뉴시스 사진)
다만 당내에서는 이재명 의원에 맞설 확실한 주자가 없다는 '대안 부재론'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상황이다. 결국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출마할 경우 당대표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것이 당내 지배적인 분위기다. 친문계 주자인 홍영표 의원조차 이 의원에게 "내가 나선다고 되겠느냐"며 동반 불출마를 제안했다. 홍 의원은 결국 도전을 포기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압박에도 이 의원은 출마는 확실시된다.
그럼에도 상당수 인사들이 최고위원이 아닌 당대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본선에서 뚜렷한 대척점을 갖고 이 의원과 경쟁해 유의미한 득표를 이끌어낼 경우, 단숨에 '이재명 대항마'로서의 정치적 중량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 '비이재명'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97그룹 주자들은 '정치적 비전과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넘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70년대생으로서 모두 재선 의원들이다.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당대표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는 (이재명)정치적 반대세력에게 기회"라며 "(그들에게는)이번 기회를 살리고 싶다는 것이고, 투자적 성격도 있다. 의미있는 득표를 올리면 다음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인사들이 출마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