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물가상승률이 6%대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은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계는 물론 기업의 생산 활동까지 영향을 미쳐, 사회 전반에 걸쳐 물가 상승세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7∼9월분 전기요금 적용 연동제 단가를 1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정했다. 원유, 가스 등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단가폭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한전 측 설명이다.
아울러 내달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1메가줄(MJ)당 1.11원(서울 소매요금 기준) 상승한다.
이처럼 연쇄적인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직결돼 서민 계층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3년 9개월 만에 최대치인 5.4%까지 급등했고, 이달 6%대 진입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9.6% 오르며 통계 편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탓이 컸다. 지난달 전기료와 도시가스가 각각 11% 올랐고 상수도료는 3.5%, 지역 난방비는 2.4% 올랐다. 전기요금이 지난 4월에 오르고 가스요금도 4~5월 연달아 상승한 결과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이달 3.9%까지 치솟으며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달 기준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의 생산자물가는 1년 새 16.7% 오르며 5개월 연속 10%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력은 10.4%, 도시가스는 35.5%, 수도는 4.7% 각각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과 생산자물가 오름세는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내달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까지 더해질 경우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공공요금은 소비자 생활과 밀접히 연관돼있어 인상 자체만으로도 취약 계층의 부담은 대폭 커진다. 특히 전기 요금은 제조 기업의 비용 토대를 이루는 요소라는 점에서 인상 시 이에 따른 생산물의 연쇄적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기·가스요금은 물가의 일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내달 인상 시 이에 따른 물가 상승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공공요금은 하방경직성이 있어 한번 인상되면 쉽게 하락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어려운 문제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동향에 대해 보다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어보인다"며 "국제 에너지 시장 흐름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지, 아니면 단기적 이벤트에서 그칠지 등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상보다 큰 파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요금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현재 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6%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한 직원이 가스계량기를 검침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