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개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한미약품)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정점을 찍은 영향에도 제약업계 실적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연매출 1조원을 넘겼던 상위 5개 제약업체는 올해에도 '1조 클럽'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을 기점으로 하루 수십만명대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험난한 상반기를 보냈다. 정점은 62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3월 중순이었다. 이 당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의 25%를 차지할 정도였다.
3월 정점을 찍은 코로나19 확산세는 4월 들어서도 10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코로나19 확산세는 약간의 시차만 있었을 뿐 해외에서도 지속됐다.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코로나19 유행에 오미크론 변이 확산까지 이어지면서 일부 원료의약품은 유통이 멈추기도 했다.
험난한 상반기를 보낸 와중에도 제약업계는 실적 측면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매출액 기준 상위 5개 기업은 1분기 예년 수준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유사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5개 기업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1조원대 연매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업체별로 보면 유한양행은 지난 1분기 41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 예상치를 보면 유한양행은 올 2분기 4723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이 추세라면 유한양행은 상반기에만 9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해 연간 1조원 매출액 달성도 기정사실로 평가된다.
GC녹십자 연구원.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GC녹십자)
GC녹십자는 1분기 4169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분기 425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소폭 상승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한양행과 마찬가지로 상반기에만 8000억원을 훌쩍 넘는 매출이 예상돼 1조 클럽 안착이 유력하다.
1분기 3211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미약품은 2분기 3026억원으로 다소 내려앉는 모양새지만 연매출 기준으로 보면 1조2928억원이 예상된다. 내년 봄 공개되는 올해 연매출에서 비슷한 금액대가 유지된다면 전년 1조2032억원보다는 올라가게 된다.
종근당은 1분기 34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이보다 200억원가량 늘어난 3623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연간 매출액이다. 현재 실적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종근당의 올해 전체 매출은 1조4596억원으로 한미약품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근당이 1조 클럽에 들어온 뒤로 한미약품보다 높은 매출액을 기록한 적은 없다.
대웅제약의 경우 1분기 298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3095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 흐름이 유지된다면 올해 대웅제약 매출은 1조2448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국산신약 34호로 허가받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출시가 예정돼 있어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칠 여지도 충분하다.
업계에선 매출 상위권 기업들이 코로나19 영향에도 전년과 비슷하거나 개선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업계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표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 전반의 기초 체력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원료의약품 수급 상황, 영업·마케팅 환경 등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다른 기업들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측면에서 쉽지 않은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만큼의 실적을 유지만 해도 고무적"이라며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실적이) 흔들리지 않는 기조가 앞으로 제약업계 내부에 얼마나 확산할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