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2일 "진보정당 1세대의 실험이 끝났다"며 "이제 차기 리더십이 주도할 근본적 혁신은 주류세력 교체, 세대교체, 인물교체를 통해 긴 호흡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날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 지난 정의당 10년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소회를 담은 글을 올렸다. 그는 "정의당에서 당 대표 두 번, 대선후보 두 번을 했다"며 "정의당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별 행위자로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고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몇 번의 재창당을 통해 새로운 시도들이 보완되긴 했지만, 전면적으로 대체되지는 못했다”며 “그간 당을 주도해온 세력은 낡았고, 심상정의 리더십은 소진되었다"고 했다.
심 의원은 또 "진보정치 1세대 마지막 당대표로서 역할을 상정하고 2019년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했지만, 개정 선거법은 위성정당으로 좌초됐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그는 "조국 사태 국면에서 오판으로 진보정치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며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 이 사건은 제게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2.3%의 저조한 대선 성적표는 지방선거 참패에도 영향을 줬다"며 "유구무언이고 죄인의 심정"이라고 했다.
심 의원은 당이 노동보다 젠더 문제를 더 중시한 것이 선거 패인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노동 및 민생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일이지, 성평등 노력이 과했다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당의 실존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2년 남짓 활동한 비례 국회의원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며 반대했다. 그는 "책임을 따지자면 그동안 이 당을 이끌어온 리더들의 책임이 앞서야 한다. 그중에서도 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며 "국회의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해 평가와 성찰과 분발을 촉구하시더라도, 주요한 책임의 몫은 저에게 돌려달라"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