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어 전대도…같은 듯 다른 당권주자의 DJ·노무현 소환

이재명·박용진 등 잇따라 "DJ·노무현 계승" 선언
단순 표심 공략 넘어 '당 정체성 찾겠다' 의지의 표현

입력 : 2022-07-20 오후 4:04:37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8·28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당권주자들이 지난 대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잇따라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있다. 20대 대선 당시에는 호남 표심 공략에 포커스가 맞춰 있었다면, 당 정체성과 지향점이 흔들린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현재에는 가장 민주당스러웠던 당시를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의원은 지난 17일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이후 'DJ'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 첫 행보로 18일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개인적으로 정말로 닮고 싶은 근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라는 생각에 오늘 첫 일정으로 찾아뵙게 됐다"며 "긴 세월을 탄압받고 정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서도 결국 통합의 정신으로 유능함을 증명해 수평적 정권 교체라는 큰 역사를 만들어냈다"고 치켜세웠다. 이 의원은 당권출마 선언문에서도 "이상과 현실에는 언제나 괴리가 있다. 김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 중요한 이유"라며 다시 한번 김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박용진 의원은 '노무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예 18일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곧바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으로 향했다.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는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4월 지역주의 타파의 기치를 내걸고 출마했던 곳이다. 박 의원은 명지시장 현장연설에서 "또박또박 지역주의 정치, 기득권 정치 타파를 야무지게 이야기했던 노 전 대통령처럼 민주당 안에 가득한 계파 독점 정치, 악성 팬덤에 이끌려 가는 정치를 이겨내겠다"고 선언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부산시 명지시장 공터에서 당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다른 주자들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강훈식 의원은 16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동서통합이 진보 정당의 성공 방정식"이라고 평가했고, 강병원 의원은 이달 초 봉하마을 찾은 뒤 "대통령님이 원하던 '성숙한 민주당·성숙한 진보'의 꿈을 제가 현실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주요 선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민주당의 '노무현·김대중' 소환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의원은 지난해 8월 "김 전 대통령이 온몸을 던져서 개척하신 그 길을 따라 멈춤 없이 전진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2월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평소 지론인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언급하며 소리 없이 흐느꼈다. 
 
대선주자였던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8월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저는 김 전 대통령님이 가셨던 길을 따르는 뉴DJ의 길을 가겠다.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앞서 보여주시고 몸소 실천하셨던 대통령님의 뒤를 이으려 한다"고 했고, 지난해 5월 서거 12주기를 맞아 열린 노 전 대통령 사진전 '사람사는 세상전'을 찾아 고인의 뜻을 기렸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예비후보자 포토섹션 행사에서 예비후보자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기호 3번 이동학 전 최고위원, 기호 4번 이재명 의원, 기호 5번 강훈식 의원, 기호 6번 강병원 의원, 기호 7번 박주민 의원, 도종환 선거관리위원장. 박용진, 김민석, 설훈 예비후보자는 행사에 불참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 때마다 민주당 주요 후보들이 두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지역주의, 색깔론 혁파 등을 강조했던 그들의 정신이 현재 당의 근간을 이루고, 여전히 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적자나 계승자임을 주장함으로써 표심을 자극한 것이다. 다만 호남 표심 공략에 방점이 찍힌 지난 대선과 달리 전당대회를 앞둔 이번의 경우 잇따른 선거 패배와 극심한 계파 싸움 등으로 망가진 당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메시지라는 게 전문가 평가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이 이념마저 불분명해진 현재와 달리 두 대통령 때가 가장 민주당스러웠고,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소환하는 것"이라며 "대선에서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해 이들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두 대통령이 강조한 통합과 실용주의를 따르겠다는 의미로 그들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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