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진이 서울 중구보건소를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했다. 이날은 4차 접종 대상이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된 첫날이었다.
4차 접종에 참여한 참모진은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복두규 인사기획관 △박성훈 기획비서관 △강인선 대변인 △홍지만 정무1비서관 △박민수 보건복지비서관 등이다.
대통령실은 "참모진이 자발적으로 접종에 동참했다"면서 "방역 목적뿐 아니라 백신 접종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대통령실에서 솔선수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4차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대통령실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모진이 솔선수범한 날로부터 닷새 전인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도 4차 접종을 마쳤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나이와 솔선수범의 시기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1960년생으로 올해 만 62세다. 지난 4월14일부터 60세 이상이면 4차 접종이 가능했는데 실제 접종은 이로부터 무려 3개월 뒤에야 이뤄졌다.
참모진으로 눈을 돌려도 몇몇의 솔선수범은 꽤나 늦은 편이다. 윤석열 대통령처럼 60세 이상이라 이미 4차 접종 대상이었는데 연령이 50세 이상으로 조정되자 부랴부랴 나선 것이다.
1956년생인 김대기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그 역시 올해 만 66세로 오래 전부터 4차 접종 대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해 태어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마찬가지다. 3개월 전부터 언제든 할 수 있었던 4차 접종을 이제야 했을 뿐이다.
그동안 정부는 고령층, 기저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에게 꾸준히 4차 접종을 권고했다. 며칠 전 있었던 정례 브리핑에선 연령대가 높을수록 코로나19 치명률도 올라간다면서 대상자의 4차 접종을 당부했다. 시간을 앞당겨도 표현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4차 접종을 강조하는 기조는 일정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의 4차 접종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대통령실 설명대로 한 자릿수에 머무른 4차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 보다 넓게 생각해 재유행 국면에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세를 백신 접종으로 누그러뜨리겠다는 심산일 수도 있겠다. 그도 아니라면 그동안 4차 접종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가 뒤늦게 필요성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원래 목적이 무엇이었든 방역의 방향이 네 번째 백신 접종으로 정해졌다면 국민에게 결정 근거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은 필수다. 정책 수립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과 국민적 합의가 나온다면 실책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행정부 수반과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의 솔선수범은 경우에 따라서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의 4차 접종은 솔선수범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적절한 시기를 기다렸다가 때맞춰 실행에 옮긴 퍼포먼스 내지는 쇼라고 보는 편이 적당하다. 솔선수범이 진짜 목적이었다면 세 달이나 기다렸다가 백신을 접종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산업2부 동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