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여자친구가 카페 주인에게 성폭행 당하고 있다고 허위로 경찰에 신고한 남성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기소된 캐나다 국적의 A씨에게 지난 19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11일 밤 12시5분쯤 서울 서초구 인근에서 여자친구 B씨가 보이지 않자 카페 주인으로부터 성폭행 당하고 있다며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와 B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로 한 카페에 방문했다. B씨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카페 매장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20~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10여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B씨는 응답이 없었다.
이 시간 B씨는 건물 경비원의 도움을 받으며 화장실 앞까지 갔으나 밤 10시 이후 출입 금지라는 이유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고, 비상계단 바닥에 쓰러져 잠들어 A씨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A씨는 B씨와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 B씨를 찾으려 했지만 카페 영업이 끝나 출입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했다.
B씨가 카페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오해한 A씨는 경찰에 “내 여자친구가 갇혀있다. 남자가 성폭행하고 있다. 남자는 카페 주인이다”라며 단정적인 표현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 B씨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것 같고 카페 매장 출입문이 갑자기 잠겨 B씨를 부축한 사람이 카페 주인이나 직원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A씨가 거짓 사실을 정당한 이유 없이 112에 신고했다”며 A씨를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술에 만취해 경비원의 도움을 받는 B씨 모습을 어떤 남자가 부축해 데려가는 장면으로 오해했을 여지가 있다”며 “모르는 남성이 B씨를 부축하는 장면을 봤다면 B씨가 성범죄를 당하고 있다고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제3자 입장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의심되는 현장에 직접 임해 이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확신'이 아닌 '상당하고 합리적인 의심'에 의해 범죄를 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A씨는 18년 이상을 캐나다에서 생활하는 등 112에 신고해 수사기관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언어적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