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비상경영…후판값 부담 가중

포스코, 철강 밀마진 하락 등 수익성 방어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이후 정상화 안간힘
권오갑 현중그룹 회장, 위기대응 재차 주문

입력 : 2022-07-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조선·철강업계가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하반기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 철판)값 부담이 늘었다. 경기침체로 철강사는 가격 하락 방어를, 적자에 허덕이는 조선업계는 원자잿값 상승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1도크 점거로 진수가 중단된 지 5주만에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진수 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그룹사 전체가 위기 대응에 나섰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21일 그룹경영회의에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의 우려가 커지고있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인 경제충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금 즉시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세계 경제를 수요산업 부진과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시장 축소, 원자재와 에너지, 금융·조달 비용 상승, 원자재·에너지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친 복합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이에 그룹 핵심인 철강사업에서 비상판매체제 운영으로 밀마진(철강 판매가에서 주원료비를 뺀 값) 하락 방어 등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안전·환경 분야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줄이고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안정적 시재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선업계도 긴장의 연속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선박 박주량 41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총 98척) 가운데 한국이 256만CGT(34척, 62%)를 기록해 110만CGT(50척, 27%)인 중국과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치솟는 후판값에 인력부족, 파업에 따른 지연 공정 만회 등 악재가 쌓였다. 최근 하청 노동자 장기간 파업 사태를 겪은 대우조선해양(042660)이 대표적이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6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3일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두 척을 6495억원에 수주해 올해 목표의 72.2%를 달성했지만 파업의 여파가 크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의 1도크 점거로 약 8000억원 손해를 추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박두선 사장을 포함해 부서장 이상 임원 150여명이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이날 거제 옥포조선소에는 1만6000명이 출근했다.
 
보통 진수 시기가 일주일 밀리면 매출액 1260억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정상화 추진으로 3000억원대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1도크 진수가 약 5주 늦어진 상황이라 100% 만회는 어려울 것 같고 2~3주 일정을 당기는 수준으로는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도 이달 20일 사장단 회의를 열고 "하나의 변수가 아닌 안팎의 악재가 겹치는 복합위기가 현실화됐다"며 철저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권 회장은 지난 4월에도 사장단을 모아 위기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철강은 영업이익 감소, 조선은 장기간 적자가 우려된다.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매출 23조100억원에 영업이익 2조98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매출이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7% 줄었다.
 
다만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1조762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40억원 늘었다. 철강사 포스코가 1230억원 늘어난 1조3220억원, 해외철강 사업이 전 분기와 같은 3150억원을 기록했다.
 
조선업계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대우조선해양 4701억원, 한국조선해양(009540) 3964억원, 삼성중공업(010140) 949억원이다. 세 회사는 지난해 후판값 상승에 따른 충당금 설정으로 나란히 1조원대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7546억원, 한국조선해양은 1조3848억원, 삼성중공업은 1조3119억원 적자였다. 후판값은 2020년 약 67만원에서 지난해 113만원대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20만원대로 올랐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조선업계는 후판값 동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결 가능성을 내다보는 배경은 원자잿값 하락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후판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10일 1톤당 144.37 달러로 오른 뒤 계속 떨어져 이달 15일 104.69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변동폭이 3개월 마다 제품에 반영돼 단기적 등락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올랐던 부분은 손실 처리를 어느정도 했지만 여기서 더 오르면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을 더 내기 쉽지 않다"며 "(후판값이) 오르는 금액만큼 적자가 추가되는 상황이라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최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조선향 가격 협상에 대해 "시황 등을 고려해 적절하게 가격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3분기 철강재 성수기에 들어서고 중국 경기부양 효과가 수요를 이끌면 4분기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보고서에서 3분기 포스코폴딩스 매출액 22조1000억원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으로 각각 2분기 보다 3.8%와 23.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사 포스코 별도 영업이익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으로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철강 수요가 감소했던 기저효과가 올 하반기 나타날 수 있다며 4분기 회복을 내다봤다. 다만 3분기 일시적인 스프레드(원재료와 최종 제품 가격차)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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