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원청 노조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투표가 22일 부정투표 의혹으로 파행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는 이날 오후 한뭉치로 접힌 찬반 투표 용지가 여러장 발견돼 개표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지회 관계자는 “(부정투표 용지가) 대여섯장씩 뭉텅이로 나왔는데, 관례적으로는 그런 표는 일단 무효 처리하고 개표한다”며 “오늘은 이상하게 그로 인해 투표 전체를 무효화한다 해서 논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시총회 안건인 ‘조직형태 변경 건’ 투표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투표율은 89.4%로 조합원 4726명 중 4225명이 참여했다. 재적 의원 과반이 투표해 3분의 2가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이날 1차 개표에서는 찬성 674표, 반대 689표가 나왔다. 개표 과정에서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적힌 투표지 약 여섯장이 뭉치로 발견돼 부정투표 의혹이 일었다. 투표함은 경찰서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노조 측은 재투표 일정에 대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3일부터 2주간 여름휴가를 시작해 재투표는 8월 중순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 파업과 관련해 금속노조가 제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이 탈퇴 논의로 이어졌다. 투표는 조합원 1740명 동의로 진행됐다. 투표를 앞두고 ‘금속노조에 남으려는 조합원이 있어 결국 복수노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반대표 행사로 부결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날 금속노조는 하청 노사 교섭 잠정 합의 기자회견에서 원청 노조가 하청과 연대를 보여줬다며 환영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반대가 더 많은 상황”이라며 “개표는 잠정 중단됐지만, 조합원들이 금속노조 탈퇴가 아니라 원하청 공동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간 금속노조는 지부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는 규정에 없어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왔다.
이날 거통고지회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와 일부 안건을 잠정 합의하고, 51일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4.5% 임금 인상과 폐업사 직원의 고용 승계 등에 합의했다. 다만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문제, 노조 전임자 인정 등에 대해서는 향후 교섭할 예정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