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 기조가 내수에 시차를 두고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 주식과 주택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쳐 민간소비가 최대 0.15%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거시모형을 통해 분석한 민간소비의 금리탄력성은 평균 0.04∼0.15%로 나타났다.
금리탄력성이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때 소비와 투자가 얼마나 축소되는지 정도를 뜻한다.
이번 분석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을 경우 민간소비가 최대 0.15%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1.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민간소비가 0.28~1.05%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설비투자(0.07∼0.15%), 건설투자(0.07∼0.13%) 금리탄력성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성장률 하락에 기여하는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은 0.7%를 기록했는데,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1.4%포인트로 정부 소비(0.2%포인트)를 크게 상회한 바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상당 폭 하락한 데다, 주택 가격 하락 기대도 커지고 있어 향후 소비가 더 제약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금리 상승기 중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가계의 이자수지가 악화되면서 소비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 이후 6분기에 접어들 경우, 주가와 집값 하락 영향에 따른 민간소비 감소폭은 최고 0.12%로 파악됐다.
한편 설비투자의 경우 금리 상승이 주로 자금조달비용을 증가시켜 투자를 둔화시키겠지만, 환율 경로를 통해 둔화 효과는 일부 경감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환율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자본재수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 설비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 논리다.
업종별 금리민감도는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비IT(정보통신)제조업, IT제조업 순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KDB산업은행의 '설비투자 외부자금의존도' 자료에 따르면 비제조업은 43.9, 비IT제조업은 26.3, IT제조업은 1.6이었다.
건설투자는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며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건물 유형별로는 공업용보다 상업용의 건물 수요가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상승은 수요 둔화를 발생시키지만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며 "고용과 임금의 견조한 개선, IT제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조 등은 금리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거시모형을 통해 분석한 민간소비의 금리탄력성은 평균 0.04∼0.15%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계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