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10명 중 6명가량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9.9%에 그쳤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60% 가까이가 '정당한 대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잘못된 대응'이라는 응답은 34.6%였다. 검찰과 경찰을 대하는 이중적 잣대와 "하나회의 12·12 쿠데타"(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불필요한 갈등 조장 발언이 여론의 반감을 샀다는 평가다.
29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6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4%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9.9%,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10.8%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는 지난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경찰의 집단반발이 이어지자 통상 40일 정도였던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대폭 줄이는 등 속전속결에 나섰다. 개정안은 내달 2일 공포와 함께 시행된다. 정부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이유로 경찰에 대한 통솔을 행안부 장관 관장으로 이관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규정한 뒤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라고 꾸짖으며 제압에 나섰다. 사상 초유의 '14만 전체 경찰회의'는 철회되며 한숨을 돌렸지만 경찰의 반대는 여전히 완강하다. 민주당은 이를 정부의 '경찰장악' 시도로 보고,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와 해임건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치에 돌입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전반적으로 경찰 입장에 동의했다. 먼저 연령별로 보면, 모든 세대에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20대 찬성 26.8% 대 반대 58.1%, 30대 찬성 29.9% 대 반대 59.4%였으며, 40대와 50대는 반대 응답이 70%에 육박했다. 40대 찬성 22.1% 대 반대 70.4%, 50대 찬성 23.2% 대 반대 67.5%로 집계됐다. 60대 이상에서도 반대한다는 응답이 높았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격차는 크지 않았다. 60대 이상 찬성 40.9% 대 반대 47.9%였다.
지역별로도 전 지역에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에서조차 반대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상회했다. 대구·경북(TK) 찬성 36.8% 대 반대 53.1%, 부산·울산·경남(PK) 찬성 35.7% 대 반대 50.5%였다. 경기·인천과 강원·제주에서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경기·인천 찬성 25.1% 대 반대 63.2%, 강원·제주 찬성 25.9% 대 반대 64.1%로 집계됐다. 서울과 대전·충청·세종에서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50%대 중반을 기록했다. 서울 찬성 35.1% 대 반대 56.0%, 대전·충청·세종 찬성 35.8% 대 반대 56.8%였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라에서는 찬성 15.1% 대 반대 73.8%로, 반대 응답이 무려 70%를 넘었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에서도 반대 의견이 60% 가까이 됐다. 중도층 찬성 26.6% 대 반대 57.7%였다. 진보층의 경우 찬성 8.0% 대 반대 86.7%로,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보수층에서는 찬성 54.8% 대 반대 34.0%로, 경찰국 신설 찬성 응답이 많았지만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 찬성 69.5% 대 반대 17.9%, 민주당 지지층 찬성 4.3% 대 반대 89.4%로, 지지 정당별로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절반 넘는 56.9%가 '정당한 대응'이라고 평가하며 경찰에 힘을 실었다. 34.6%는 '잘못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8.5%였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대기발령, 회의 참석자들은 감찰 조치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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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정당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20대 '정당한 대응' 49.5% 대 '잘못된 대응' 38.5%, 30대 '정당한 대응' 54.5% 대 '잘못된 대응' 35.4%였다. 40대와 50대에서는 '정당한 대응'이라는 의견이 70%에 달했다. 40대 '정당한 대응' 68.5% 대 '잘못된 대응' 24.5%, 50대 '정당한 대응' 67.0% 대 '잘못된 대응' 27.4%였다. 60대 이상에서도 오차범위 안에서 '정당한 대응'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60대 이상 '정당한 대응' 48.5% 대 '잘못된 대응' 42.9%였다.
지역별로도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정당한 대응'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서울 '정당한 대응' 56.4% 대 '잘못된 대응' 34.2%, 대전·충청·세종 '정당한 대응' 50.4% 대 '잘못된 대응' 42.8%, 강원·제주 '정당한 대응' 54.0% 대 '잘못된 대응' 38.3%였다. 경기·인천의 경우 '정당한 대응' 61.3% 대 '잘못된 대응' 28.0%로, '정당한 대응'이라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광주·전라의 경우 70% 이상이 '정당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광주·전라 '정당한 대응' 71.6% 대 '잘못된 대응' 24.2%였다. 보수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에서조차 '정당한 대응' 50.3% 대 '잘못된 대응' 41.7%로, 경찰 집단반발을 이해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정당한 대응' 47.1% 대 '잘못된 대응' 45.7%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중도층 '정당한 대응' 55.6% 대 '잘못된 대응' 33.1%로 나타났다. 진보층에서는 '정당한 대응' 83.4% 대 '잘못된 대응' 11.8%로, '정당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정당한 대응' 32.0% 대 '잘못된 대응' 58.6%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 '정당한 대응' 16.2% 대 '잘못된 대응' 73.1%, 민주당 지지층 '정당한 대응' 85.9% 대 '잘못된 대응' 9.8%로, 지지 정당별로 평가가 확연히 달랐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47명이며, 응답률은 4.3%다.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