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더발룬티어스 "마음 안 사랑을 심어야지"

3차례 단독 공연 마친 록 밴드 더발룬티어스 단독 인터뷰
아버지 생각하며 만든 신곡 'New Plant'…"공허란 깨고 다시 나아가는 것"
8월 펜타포트서 첫 페스티벌 무대…휴식 후 "멋진 음악으로"

입력 : 2022-07-29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TVT), 백예린(보컬·기타), 고형석(베이스기타·프로듀서), Jonny(기타), 김치헌(드럼). ‘록의 심장’ 런던 한복판에서 울려 퍼져도 딱히 이질감이 없을 사운드로, 이들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분명한 새 항로를 개척 중이다. 지난해 셀프타이틀 앨범으로 정식 데뷔해 대중과 평단(‘2022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음반 후보)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간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제한된 무대에 설 수밖에 없었다. 함성 금지와 좌석 제한의 시기를 이겨온 긴 기다림의 시간...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이들을 만났다. [참고 기사 (권익도의 밴드유랑)백예린과 더발룬티어스 "문화 저변 확대된다면" ]
 
공연은 백예린 특유의 서정으로 공허와 허무로 얼룩진 우리 시대의 파란 자화상을 깊게 끌어안으면서도, 해외 록 밴드 공연처럼 다이나믹을 오가는 연출들이 특기할 만 했다. 45도로 기울어져 있던 키네시스(Kinesys) 조명 장비가 비행물체처럼 평형으로, 다시 또 다른 각도로 전환하며 조명과 색감을 바꿔갈 때, ‘아…’ 하는 탄성이 자연히 나왔다. 
 
'공연이 끝나면', '친구들이 다 떠나면' 무대 아래 삶은 계속된다. 삶은 재생력, 흙을 뚫고 자라나는 초록의 식물 같은 것이다. 밑거름으로 숙성되는 여운, 공허의 감정들은 새 다짐과 사랑으로 자라난다. 인간 백예린으로, 더발룬티어스로.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 TVT '출사표' 단독 공연…"당연한 것에 소중함 느껴"
 
-이번 공연은 어떻게 보면 데뷔 앨범을 낸 밴드 TVT 로서 제대로 된 발매 콘서트이자, '출사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19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좌석수도 제한되고 함성 규제도 있던 지난 공연에 비해 느끼셨던 지점들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공연'이란 활동에 대해 관점 전환의 계기가 됐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예린: 저는 단독 공연에 대한 경험 자체가 적기도 하고 스탠딩 공연들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해서 이번 공연이 굉장히 특별하고 놀라기도 한 공연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유튜브나 밴드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보았던 광경을 제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뛰어주신 관객분들께 오히려 제가 박수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처음이어서인지 정말 충격이었고, 저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이렇게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걸 실제로 느끼고 보니 더 그들의 자유의지를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혁: 정말 오랜만에 소리치며 뛰어노는 관객분들을 보니까 너무 행복하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형석: 음악인으로 지내면서 정말 다양한 형태와 분위기의 공연을 경험해 보았습니다만, 사실 그중 가장 특이한 형태의 공연이 코로나 19 거리 두기 방침에 의한 제한이 있는 공연들이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는 공연이 기존에는 당연한 부분이었는데, 오랜 기간 이렇게 당연한 모습의 공연을 못해오면서 이 당연한 부분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공연에서도 저는 이번 공연만큼이나 최선을 다했었는데, 결국 공연이라는 건 그것을 즐겨주는 분들의 영향력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구나 하는 부분도 다시 알 수 있었어요.
 
치헌: 공연에서 날 것 그대로의 관객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무대 위 아티스트의 에너지가 됩니다. 제 입장에선 공연 말고는 느껴볼 수 없는 신기한 현상이라 생각하는데요. 3년 만에 느껴보니 정말 소중한 일이었구나 하고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거리두기, 환호 금지 시절과는 제 체력이 아예 다르답니다.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공연 시작 전 틀어준 음악들, '록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선곡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외 가수들 내한 공연을 보러가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Arcade Fire, The Cure, Kent, Pulp, Velvet Underground & Nico, Beatles ... 어떻게 보면 록의 오랜 유산들을 더발룬티어스식 현재로 변환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과정에서, 이런 선곡의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 중 커버곡으로 데이비드 보위 '스페이스오디티', 리처드 샌더슨 'Reality', 마돈나 'Material girl' 같은 곡을 더발룬티어스식으로 편곡한 느낌도 좋았고요. 해당 곡들은 어떻게 선정이 됐고, 특히 커버곡 같은 경우 편곡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부분들에 주안을 뒀던 것 같은가요?
 
예린: 멤버들과 상의할 때 최대한 제가 혼자 하고 있는 솔로 음악의 결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을 신경 쓰는 것 같아요. 밴드는 밴드이고, 같은 팝 곡들을 고르더라도 밴드의 프론트맨으로서 하는 보컬 편곡과 해석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민혁: 커버 곡은 대부분 저희가 좋아하는 노래들 중에 고르게 되는데 공연 전체 기존 곡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편곡을 하는 편입니다.
 
형석: 다른 멤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늘 커버 곡들 정할 때마다 ‘전설적인 락 넘버’ 혹은 ‘시대를 뛰어넘는 팝 넘버’ 중에서 고르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편곡적인 부분도 최대한 폭력적으로 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치헌: 아무래도 커버 곡이다 보니 그냥 들어도 정말 좋은 명곡들을 들어봅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봤을 때 우리가 당장 멋지게 할 수 있겠다 싶은 곡을 선택하고 편곡하는 편입니다.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공연장을 나서는데, 20대 초반의 젊은 관객들이 '커버 1 번 곡 뭐였어? 너무 좋더라. 직접 DM 보내볼까' 하며 웃더라고요. 결국 이런 과정이 공연과 관객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 생각입니다. 음악의 다양성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도 있고, 그게 결국은 문화의 다양성, 문화 저변을 확대시키는 일이니까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예린: 와우 너무 좋네요! 저는 아버지 밑에서 제 또래 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많은 음악들을 접하게 되어서 지금 저희 멤버 오빠들과도 음악이나 취향의 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는 테이프-시디-엠피쓰리-스트리밍을 다 경험해 보며 자랄 기회가 있었던 건데 그런 구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음악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 유행, 음원을 디깅 하는 방식 등이 돌고 도는 것처럼 저희 공연에서 그 노래를담아 가고, 원곡의 주인을 자세히 찾아보고, 또 비슷한 아티스트들을 찾게 되고 하며 누군가의 음악 세계를 조금은 넓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심스레 기뻐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엘피로...후훗
 
민혁: 관객 입장 곡도 그렇고 커버 곡도 그렇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고 좋아해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알아가신 노래들을 나중에 한 번 더 듣고 비슷한 노래도 찾아듣고 하면서 음악 찾아듣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형석: 커버를 고르며 ‘전설적인 락 넘버’를 고르려고 생각하는 이유가 질문 주신 부분과 맞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밴드 팬분들이 예린이의 개인 활동으로부터 연결되어 있는 팬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분들에게 조금은 더 저희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이 되는 음악들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었고, 그게 또 각자의 취향이 되어서 거창하게는 문화의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치헌: 좋은 음악을 찾고자 무작정 디깅 하고 들어보는 일은 어떻게 보면 조금 지치거나 지루한 일일 수도 있는데요. ‘TVT 공연에서 이런 곡을 들어서 정말 좋았지’를 시작으로 듣는음악이 다양해지고 더 나아가 조금이라도 문화 저변이 확대된다면 정말 감사하고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 공허란 깨고 다시 나아가는 것…"아버지 생각하며 만든 'New Plant'"
 
-이번 공연 직전 발표한 싱글 앨범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공연장에서 말씀하신대로 'New Plant'는 '무대가 끝나면', '친구들이 다 떠나면' 하는 가사들이 무대에서 내려온 뒤의 여운, 공허, 같은 감정들을 떠올리게 해요. 후반부 오로라처럼 반짝 거리며 일렁이는 기타 멜로디들과 겹쳐 정서를 더 극대화하기도 하는 것 같고요. 그렇지만 '새로운 식물'이 어떤 일종의 다짐이나, 꿈 같은 것을 환기시키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곡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린: 저는 아직 신인밴드이지만(하하) 노래를 해온 지 꽤 오래되었어요. 나이가 어리다 보니 오만한 생각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노래를 하면서 과연 '내가 언제까지 박수를 받고 자랑스러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언제까지 사랑받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여기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온 것도 저에게는 커다란 행운들이 저를 붙잡아준 덕분이고, 그저 제가 잘하는 것을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을 좋은 시기에 서로 딱! 만난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언제까지 제가 팬분들께 반짝거릴 수 있는 사람일지 아직도, 꽤 오래전부터도 잘 모르겠어요. 누구나 자신의 최고의 시절이 있고, 언젠가는 더 좋은 것들을 위해 멈추어야 하는 시간도 오지 않을까요? 제가 이 곡을 쓰기 전에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는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고 팔팔한데, 움직이고 싶은데, 어딜 가도 60이 넘으면 안 써주더라'라고요. 저희 아버지는 정말 재주가 많으시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길 하시니 제가 원래 하던 공허함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어요. 혼자 글을 자주 쓰는 편인데 아버지에게 쓴 글 중에 '아버지는 저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셨으니, 다음 생엔 제가 아버지에게 쉬어갈 수 있는 그늘과 앉아있다 갈 수 있는 그루터기가 되어드리겠습니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이러한 마음으로 제 가슴 깊숙한 곳에서 ‘New plant’라는 곡이 피어난 것 같아요. 
 
형석: 크든 작든 사람의 마음에는 저마다의 허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스케줄을 짰던 여행도 언젠가는 끝나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정말 싫었던 기말고사 같은 것도 끝나고 나면 묘한 허무를 주지 않나요. 그런 허무에 공감하고, 또 언젠가 그런 허무를 깨고 나아가는 방식을 약간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노래하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그런지, 얼트적인 느낌의 'Hypocreep'은 기존에 보여주던 것과 또 다른 도전 같습니다. 공연장에서, 미성의 고음으로 소리를 지를 때 정말이지 그 에너지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이 곡의 사운드와 가사를 나눠서 물어보고 싶은데요. 사운드는 어떻게 접근했는지, 그리고 가사의 경우는 어떤 것에 대한 얘기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퇴보하는 벤자민보다 더 괴상해' 라는 대목을 떠올린 이유도 궁금하네요.
 
예린: 사실 그 문장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를 개인적으로 약간 처음 부분을 기괴하게 봐서.. '난 기괴한 것들 중에서 더 괴물 같아' 하며 얘기하는 부분이에요. 멤버들 합주를 듣고 가사를 노래처럼 하는 게 아닌 새로운 느낌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좀 잘한 것 같습니다. 하핫. 가사는 요즘 다 너무 모순되는 것들도 많고 모든 게 보편화되면서 안 된다던 것들이 되기 시작하고, 되었던 것들이 쉬쉬하며 안 되는 것들로 바뀌고 이상한 모습들을 보면서 '그럼 모순덩어리, 이상한 것들 그중에 짱을 먹자! '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형석: 저희 음악 중 몇 안 되는, 백지에서 시작해 합주로만 쌓아올려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특정 레퍼런스나 멤버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아닌 단순 잼식의 합주에서 출발한 노래이다 보니 모든 파트에 저마다 좋아하고 손에 익어 있는 방식들이 녹아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거 잘못하면 너무 ㅇㅇㅇ같아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른 멤버들의 전혀 다른 플레이로 즐겁게 희석된 곡이라는 느낌이라 굉장히 좋아합니다.
 
치헌: 합주하면 잼 하듯이 쌓아올린 곡이에요. 각자 당장 손과 귀에 익은 플레이로 완성시킨 곡이라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싱글 앨범이 다음 앨범을 여는 열쇠는 아닐까요. 개인적 생각으로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러 싱글 앨범 형태로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음 앨범은 작업이 진행되고 있나요. 어떤 음악적 시도를 기대해봐도 될까요.
 
예린: 일단 조금만 쉬고 생각을 시작하는 걸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민혁: 항상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편이라 어떤 음악이 나올지는 아직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번 싱글도 처음 생각한 느낌이랑은 전혀 다르게 나온 음악이기도 하고요.
 
형석: 사실 최초에 싱글로 발매하려고 생각했던 스타일은 이번 싱글과는 약간 방향성이 달랐습니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최초에는 ‘hypocreep’을 단독으로 발매를 하는 모양이기도 했었고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뭘 어떻게 준비하고 시도하든 결국 만들어지는 것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뜩이나 저희 밴드 자체가 한곡 한곡 작업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라, 그 순간에 탁 터져 나오는 게 있으면 또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치헌: 그렇게 거창한 의도는 없었습니다. 하고 보니 이렇게? 되어있었어요. 다음 앨범도 그때 하고 싶은 것들로 구성되지 않을까요? 하하.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8월 펜타포트 무대 "감사와 겸손, 사랑 마음 안에 심어야지~"
 
-이번 공연을 보면서 그저 록이라는 장르로, 국내에도 새 물결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관객들 반응도 열광적이었고요. 8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8월5~7일 중 7일)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시절 온라인으로도 섰었지만, 이번에 대면으로 이 축제에 선다는 것은 멤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어떤 무대를 기대하고 있나요.
 
예린: 이미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고 저희도 더 열심히 멋진 음악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대면으로 하는 밴드 페스티벌은 저는 처음이라 너무 설레고, 흥분해서 어디 막 뛰어서 쓰러지면 어쩌나 하고 있어요. 허허
 
민혁: 모든 록 페스티벌이 그렇지만 특히 펜타포트는 설 때마다 행복하고 감회가 새로운 무대인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처음 가본 록 페스티벌이기도 하고요. 그냥 미친듯이 즐겁게 연주하고 오려고요.
 
형석: 최초 밴드를 만들었을 당시, ‘락 음악도 많이 들어줬으면’ 혹은 ‘락! 결코 락!’ 이런 식의 마음으로 밴드를 만들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인 마음입니다!) 지금은 락이라는 장르로써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페스티벌의 특성상 불특정한 사람들이 저희의 무대를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이 보는 분들로 하여금 현장에서 좋은 인상을 주고, 그것이 락을 듣지 않던 분들에게도 전달이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치헌: 이번 콘서트 때 저도 조금은 놀란 부분이긴 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그저 록이라는 장르 그대로를 모두 즐기는 것 같아서요. 펜타포트가 저희한테는 첫 대면 페스티벌이니 콘서트 때처럼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공연을 준비했다 엎고 하길 반복했을텐데, 그러면서도 끝까지 끈을 놓지 않고 언제든 준비태세를 갖추던 노력이 이번 공연에 다 반영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 동안 더발룬티어스로서 배우게 된 것이라면? 그리고 멤버들 각자 어떤 '새로운 식물들(꿈들)'을 심어오고 있었는지 말씀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린: 최선을 다한 기억을 글로든, 노래로든, 사진으로든, 영상으로든 많이 남겨놓자는 마음입니다. 결국 공허함은 찾아올 거예요. 알고 있지만, 그저 지금 열심히 반짝거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서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늘 감사한 마음과 겸손함을 품고 사랑을 내 마음 안에 심어야지~
 
민혁: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콘서트도 밀리고 해서 진 빠지고 우울해지긴 했지만 콘서트 끝나고 생각해 보니 이번 콘서트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꿈들까지는 아니고 새로운 취미들? 정도로 남은 몇몇 공연 다 마치고 쉬는 기간에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러 다녀볼 생각입니다.
 
형석: 다들 그렇겠지만 코로나 시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허무를 느끼기 쉬운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렇다고 저희가 그 시기 동안 더 노력했다거나, 쉬지 않고 준비했나 물어보면 사실 확실히 그랬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쉬지 않고 기다려주시고, 관심과 사랑을 주신 분들이 계셔서 금방이라도 다시 에너지 있게 앨범 준비든 공연이든 해낼 수 있던 것 같네요. 오히려 코로나 시기에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을 배우고, 그것이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새로운 식물로 자라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치헌: 저는 원래 주업을 공연으로만 하던 사람이었어서 처음에는 좀 많은 타격과 상실감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코로나 3 년간의 더발룬티어스는 저에게 음악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해준 원동력이에요.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본 어려운 시기를 같이 버텨준 팬 여러분들과 우리 자신 아주 칭찬합니다. (하하) 저에게 새로운 식물이라 하면.. 당연한 줄 알았던 일상과 가족들 그리고 건강 이런 것들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밴드 더발룬티어스. 왼쪽 뒤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형석, Jonny, 김치헌, 백예린. 사진=블루바이닐 밴드 더발룬티어스. 왼쪽 뒤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형석, Jonny, 김치헌, 백예린. 사진=블루바이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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