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번 사태에서 직원들이 제일 실망했던 부분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소식을 경영진이 아닌 보도를 통해서 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경영진이 직원들은 커녕 서울시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정환 TBS 노조위원장은 29일 오후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기자와 만나, 이번 TBS 사태로 400여명의 직원들이 '생존 갈림길'에 서게 된 원인이 대표자의 '소통이 아닌 정치 싸움'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당선인들이 총회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폐지 조례안’을 내기로 했고, 이달 4일 해당 조례안이 발의됐다.
TBS의 예산 지원 근거 폐지가 현실화되면서 정작 직원들은 고용 불안 문제에 부딪혔다. 조례안 부칙에는 TBS 직원을 서울시 출자·출연 기관에 우선 채용한다는 특례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 기준과 직무 연속성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해당 기관에 TBS 직원 우선 채용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타 기관에 취업을 원하더라도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금 서울시가 출자·출연기관을 통합하거나 감축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이 원활할지는 의문"이라며 "100% 고용 승계를 하겠다는 부분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TBS가 교통방송이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통신기술의 발달로 당초 설립 취지였던 교통방송으로서의 역할이 수명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 오 시장은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이던 TBS가 2020년 재단으로 독립했다면, 재정도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상황이다.
현재 TBS는 수입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서울시가 TBS에 투입한 예산은 372억원이다. 매년 300억원 이상을 시로부터 지원 받았던 TBS 입장에서는 내년 7월1일부터 조례안이 폐지되면, 가장 먼저 직원들의 생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연간 인건비가 250억~260억원 가량인데 거진 인건비만큼 빠지면, 상업 광고가 허용돼도 이 간극을 메꾸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TBS가 갖고 있는 재산은 감가상각이 있는 방송장비를 제외하면 하나도 없다. 사옥을 갖고 있는 방송사도 많지 않나"라며 "우리는 철저히 인력만 가지고 모든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두고 서울시와 TBS가 정치 싸움을 하는 것으로만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울과 경기권에 24시간 시민 생활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단 두 시간만 방송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정치 편향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공적 가치를 위해 고생하는 직원들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강택 대표가 언론 노조위원장 출신이긴 하지만, 지금은 경영자가 아닌가"라며 "능력이나 비전 등에 의해 방향이 설정되고 발전하고, 이는 구성원들이 모두 동조해서 같이 가야하는 부분인데 이 점에서 경영자로서의 이 대표에 실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TBS 노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 노조원들은 TBS 폐지 조례안 철회는 물론 이강택 TBS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종용은 현 사태만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동안의 잘못된 소통과 경영이 현 사태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TBS를 법인재단으로 만들었으면 외적인 압력이나 흔들리는 바람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시스템도 만들었어야 했다"며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 법인이 됐고, 이후에도 이 대표가 5년 간 자리를 유지하면서 방송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 것이 무엇이 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아직도 경영자의 자리에서 정치 싸움을 하고 있다"며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서울시와 직원들과 소통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테고 경영자로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랐는데, 정치적인 발언을 하며 도박을 한 결과가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방송 제작자들의 자율성 등이 담보되는 조직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공영방송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은 내부에서도 노력할 문제"라면서 "서울시와 무작정 싸우거나 항복하라는게 아니라, 어떻게 시민에게 공적가치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티비에스 노조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