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끝난 해운업계 “컨테이너 정상운임은 얼마?”

SCFI 7주 연속 하락…2주째 3000대 기록
화물 수요 줄었지만 파업, 팬데믹 영향 지속
정상운임 기준, 진입시점 두고 설왕설래
HMM 15조 투자해 선복량 늘리고 노선 확대

입력 : 2022-08-01 오후 5:37:0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컨테이너 호황이 끝나고 있다. 도시 봉쇄와 파업으로 물류 흐름이 빠듯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와 화물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 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SCFI 도입 이후 출혈경쟁과 코로나 특수로 초저·초고가 운임만 받아온 해운사들은 알 수 없는 ‘정상운임’ 진입 시점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SCFI 표. 코로나19에 따른 컨테이너 호황이 끝나면서 SCFI가 1년 만에 3000대에 진입했다. (자료=트레드링스)
 
1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단기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7주 연속 하락했다. SCFI는 지난 6월10일 4233.31에서 우하향 곡선을 그리다 7월22일 3996.77로 올해 첫 3000대에 접어들었다. 일주일 뒤인 29일에는 3887.85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SCFI는 팬데믹 이후 가파르게 올라 지난해 7월9일 3932.35을 기록한 뒤 4000대에 접어들어 12월 말 5000대를 돌파했다. 올해 1월7일 5109.6으로 정점을 찍고 2월 4000대에 들어선 뒤 꾸준히 떨어져 1년 만에 3000대로 돌아섰다.
 
운임은 세계 각국에서 떨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미국 서안과 동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각각 6694 달러와 9348 달러로 전주보다 각각 28 달러와 93 달러 하락했다. 서안은 11주, 동안은 10주 연속 떨어졌다. 유럽과 지중해, 동남아와 중동, 호주, 남미와 일본 동서안, 한국과 동서남 아프리카 모두 20피트 컨테이너(TEU) 운임이 줄었다.
 
물류업계에서는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 대외환경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3.2%로 하향했다.
 
병목 현상은 여전하다. 지난달 22일 클락슨 항만정체지수는 37.8%를 기록했다.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유럽 선박 대기시간은 상반기 기준 2021년 2.7일에서 올해 6.6일로 늘었다. 유럽 곳곳의 파업과 상하이 봉쇄 후폭풍 등이 영향을 줬다.
 
대러 제재에 따른 러시아행 화물 체류, 중국 항만 봉쇄 해제로 인한 물량 증가로 유럽 항만 적체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북유럽 로테르담과 앤트워프-브뤼헤항은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 처리량이 적지만 체류 시간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로테르담 터미널 전체 컨테이너 처리량은 TEU 기준 8.9%, 무게 기준 4.4% 감소했다. 화물 처리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했다. 앤트워프는 전년 대비 TEU 기준으로 6.3%, 무게 기준으로 9.8% 감소했다.
 
로테르담 처리량 감소 원인은 러시아를 오가는 물류 운송 감소와 낮은 정시성(입항 예정일 도착 비율), 지속적인 적체와 혼란 등이 꼽힌다. 네덜란드에서도 팬데믹 이전 4일이던 컨테이너 평균 체류 시간이 10일로 늘었다.
 
파업도 부담이다. 독일 항만노동조합 조합원 1만2000여명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상승 보전으로 시간당 1.2유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6월 두 차례 경고 파업했다. 이에 따라 브라케, 브레머하펜, 브레멘, 빌헬름스하펜, 엠덴, 함부르크 등 독일 주요 항만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휴가철이라 노동력도 부족하다.
 
미국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 최근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와 사용자 측인 태평양해사협회(PMA)가 의료급여 관련 항목에서 잠정 합의에 도달했지만 터미널 자동화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년 간 이어온 미 철도노조와 사측 간 임금협상도 교착 상태다.
 
중국도 코로나19에 따른 국지적인 도시 폐쇄와 태풍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초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닝보, 선전, 홍콩항 등의 선박 운항이 재개되면서 항만 적체가 재심화됐다.
 
SCFI 도입 이후 ‘정상 운임’을 받아본 적 없는 해운업계는 SCFI 3000대 진입 이후 운임 정상화에 대한 전망이 반등과 완만한 하락으로 나뉘고 있다. 사진은 HMM 컨테이너선. (사진= HMM)
 
물동량은 줄고 있다. 영국 해운 컨설팅사 드류리(Drewry)의 세계 항만 처리량 지수는 올해 4월 기준 141.1포인트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 줄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 시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미국 내구소비재(오래 쓰는 고가상품)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점차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의류와 가전제품 재고가 많아 할인 판매중이다. 재고 과잉은 화물 수요 둔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해운사들이 4000대였던 2분기 단기운임 기준으로 1년 이상 장기 운임계약을 맺어놔, 당분간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 이후 운임이다. 물류업계 일각에서는 선사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운임에 대응해 향후 선복량 조절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해운업계에선 반등론과 감소세 지속론이 상존한다. 시간이 흘러 인플레이션에 대한 심리 저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과 완만한 하향세가 지속한다는 전망으로 나뉜다.
 
맹점은 운임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어느 시점을 ‘운임 정상화’ 단계로 볼 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2009년 SCFI 도입 이후 해운사들이 ‘정상 운임’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업체들이 저가 경쟁에 매달리느라 적게는 900대에서 많게는 1500대 수준을 기록한 SCFI가 팬데믹 이후 최대 5000선까지 뛰었다 내리고 있어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을 포함한 물류업계에서는 해상 운임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3000대 초반이 될 지 2000대가 될 지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대 국적 해운사 HMM(011200)의 대응책이 주목된다. HMM은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고 현재 82만TEU인 선복량을 2026년까지 120만TEU 규모로 늘린다. 현재 29척인 벌크 선대는 55척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름 싣는 웨트벌크를 기존 10척에서 25척으로, 광물이나 곡물을 싣는 드라이벌크는 30척으로 늘린다.
 
이 밖에 물류 인프라 확보와 추가 노선 확대, 친환경 선박 확보 등에도 나선다.
 
HMM은 이달 중순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HMM이 2분기 4조5000억원대 매출에 2조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연간 실적은 10조원대를 기록해 전년도 7조3775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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