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합리적인 정치’를 위하여

입력 : 2022-08-05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3달도 안 됐는데,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대통령 본인이 이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적으로는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3달도 안 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과 그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 때문만도 아니다. 과거야 어떻든 간에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을 잘한다면, 평가는 확 바뀔 수 있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자리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너무나 준비가 안 된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비판을 듣는 귀가 닫혀있는 대통령이다.
 
국민 시선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야당 측도 곱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이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뭘 잘했나? 라는 것이 많은 주권자의 평가였다. 그렇기에 이런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다.
 
사실 정치에 많은 것을 기대하는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정치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는 유권자가 더 많을 것이다. 기대가 좀 있다고 해도, 그저 정치가 좀 합리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정도가 있는 유권자가 많을 것이다. 한국 현실에서 ‘이상적인 정치’를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다.
 
부패하지 않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하고, 너무 무능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의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정치 정도만 되어도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한국 정치의 현실을 보면, 이런 기대조차도 ‘꿈’같이 느껴진다.
 
그래도 ‘합리적인 정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냉철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를 둘러보면, ‘합리적인 정치’가 이뤄진다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이 있다. 유럽에 있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등등의 국가들이 그런 편에 속한다. 인구 규모가 좀 큰 나라 중에서는 독일 같은 나라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런 나라의 정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당들이 우리보다 덜 부패하고 더 유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정당이 경쟁하는 다당제 구조여서, 거대정당이 독주하지 못한다. 이런 다당제 구조를 보장하는 것이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다. 또한 이 나라들의 정치체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쏠리지 않은 체제이기도 하다. 심지어 스위스는 1년씩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해도 정치가 안정되어 있다. 누가 대통령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하든 합리적인 정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대의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양당이 무능하고,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거대양당이 지역 정치까지 장악하고 있다. 국민들은 경쟁하라고 하면서 거대양당은 ‘경쟁’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상황이다. 심지어 공천만 받으면 무투표당선도 되는 구조이니 ‘그들만의 리그’라고 부를 만하다.
 
그래서 ‘누가 더 잘하냐?’를 놓고 경쟁할 필요가 없고, ‘누가 더 못하냐?’를 가지고 싸우기만 해도 되는 구조다. 그리고 단 1번의 투표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느끼더라도 낭패를 본 심정으로 5년을 버텨야 하는 구조다.
 
이런 잘못된 구조를 변혁하지 않고서는 ‘합리적인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신임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한 지금 필요한 논의는, ‘이런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이런 논의를 하지 않고, 단지 윤석열 대통령만 탓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치’를 가로막는 또 다른 국민 기만행위일 뿐이다.
 
사실 해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선거제도 개혁, 정당제도 개혁, 정치자금제도 개혁이라는 3대 제도개혁 과제를 수행해서 거대양당 중심의 기득권 구조를 깨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혁파해서 그들을 ‘보통시민화’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정치를 제대로 할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또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도입해야 한다.
 
이런 논의를 할 때 핵심은 ‘주체’다. 그동안의 정치제도 개혁논의와 개헌논의가 실패한 이유는, 개혁의 대상인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논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 진정 주권자들이 주체가 되는 논의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그 방법을 제안하고 행동할 것인가?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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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