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기관투자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국민연금공단이 대형건설사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미분양 증가 등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식보유 비중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의 투자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맥을 못추던 건설주에 하방압력이 더 커질지 주목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삼성물산(028260)·
현대건설(000720)·포스코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소유주식수는 이날 공시 기준 7917만 6090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3월말(5035만7170주)에 견줘 57% 증가한 수준이다.
서울 도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지난 4월
DL이앤씨(375500)가 기존 주식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의 무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식수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주식 매수보다는 매도가 잇따르며 보유지분 비중은 줄었다.
건설사별로 살펴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분 축소가 가장 두드러졌다. 작년 말 769만2326주(11.67%)에 달했던 국민연금의 HDC현산 주식은 올해 들어 3차례의 매도를 통해 428만2796주로 340만9530주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식보유비율은 11.67%에서 6.5%로 5.17%포인트 쪼그라들었다.
연초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무부담이 커지고 기업 가치가 하락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평 10대 건설사 가운데 국민연금 지분 비중이 가장 높았던 GS건설의 지분은 2분기 들어 매도세로 전환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GS건설 주식을 사들이며 작년 말 12.77%에서 3월말 13.05%로 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는 147만6004주를 팔아치우는 등 매도로 투자 전략을 바꿨다. 지난달 말 GS건설에 대한 지분은 11.33%로 나왔다. GS건설의 주가는 연초 4만50원에서 8일 3만850원으로 22.97%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2988.77에서 2493.10으로 16.58% 내려갔다.
DL이앤씨의 경우 무상증자에 힘입어 보유주식가 작년 말 263만513주에서 지난달 말 449만8285주로 늘었지만 보유지분율은 12.25%에서 10.48%로 떨어졌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분이 늘어난 곳은 대우건설이다. 연초 중흥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현금창출력이 개선되는 등 재무안정성이 제고된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특히 올해 2분기 들어 대우건설 주식 628만7256주를 사들였다. 지분율은 5.45%에서 6.96%로 올랐다. 이밖에 삼성물산의 보유지분은 3월말 기준 7.05%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에 대해선 각각 9.47%, 9.23%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 국민연금 지분 현황(표=뉴스토마토)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형 건설사 주가가 코스피 대비 하락 폭을 보였다면서도 부동산 가격과 신사업, 해외수주 확대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압력과 분양경기 저하 지역의 확산 등으로 건설산업을 둘러싼 사업환경은 점차 비우호적인 양상으로 전환하고 있고, 최근의 영업여건 변화가 건설사들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확대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의 급등과 인건비 부담에 따른 공사원가 상승으로 저하된 건설사 수익성은 올해 하반기에도 글로벌 공급망 차질, 정세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자재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단기간 내 다수의 건설회사들의 재무안정성이 현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최근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실제 각 건설회사들의 원가율 추이에 대해서도 검토가 요구된다"라고 덧붙였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부동산 경기 우려와 착공부진이 예상되고, 250만호+a 대책이 단기간 미치는 영향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바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시점이나, 건설업종 내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 주가 상승을 구조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트레이딩관점은) 전반적으로 관망을 유지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