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은 9일 제3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웠다. 지난달 8일 새벽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 징계 이후 32일 만에 이 대표를 비롯해 기존 지도부는 자동으로 해임됐다. 이 대표가 주도한 혁신위원회도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혁신안' 수용도 미지수가 됐다. 다만 최재형 혁신위원장과 조해진 부위원장이 혁신위의 존속과 활동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함에 따라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워크숍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혁신위 조해진 부위원장, 최 위원장, 한무경 위원. (사진=공동취재사진)
혁신위는 공천개혁, 당원시스템 재정비 등의 목적으로 발족했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언급한 것은 6·1지방선거에서 대승한 다음날이었다. 혁신위에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2년 뒤인 22대 총선에서도 압승을 노리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이 대표가 갑작스레 꺼낸 제안에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당내 의원들은 난감함을 표했다. 일부에서는 배경에 대한 의심의 시선도 제기됐다. 특히 혁신위 운영 방향이 '공천개혁'에 방점이 찍히며 '이준석 대 윤핵관' 전면전의 직접적 계기로도 작용했다. 혁신위가 차기 당대표가 행사할 '공천'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면서 윤핵관은 혁신위를 '이준석의 사조직'으로 규정,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도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 등 특정세력에 의해 진행된 공천 전횡을 거론하며 이를 시스템적으로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배현진 최고위원, 정진석 의원과의 공개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혁신위는 출범했고, 지난 3일 이달 중으로 '1호 혁신안'을 발표한다는 로드맵과 함께 후보군을 추릴 예정이었지만, 의견 합치를 이루지는 못한 채 회의를 종료했다. 혁신위는 오는 22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1호 혁신안' 발표 시점은 불투명하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혁신위는 당의 공식기구로 조직된 것이기 때문에 비대위 구성과는 관계없다"고 말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 출범으로 혁신위 활동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아직 논의한 적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공천' 때문에 (혁신위가)나온 건데 신임 당대표 체제에서 '좋은 안'을 내도 수용할지 안할지는 미지수"라고 얘기했다. 선택권이 새 지도부으로 넘어간 이상 이전 지도부 체제에서 나온 '공천안'을 조건 없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도 "현재 당 흐름이나 분위기를 보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열려있다"고 했다. 다만 "가처분신청 등이 인용되면 비대위가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있어 아직 변수는 여럿"이라며 이 대표의 법적 대응에 따른 법원의 결정 및 비대위 성격 등에 따라 혁신위 운명이 다를 것을 시사했다.
혁신위원들은 혁신위 활동의 영위는 재차 강조하면서도 비대위와 발을 맞춰 갈 여지를 남겼다. 최재형 위원장은 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혁신위는 그대로 간다"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더라도)혁신위는 현재 상황과 상관없이 활동할 것이다.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 기존 비대위를 반대하던 입장에서 선회해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비상상황이 맞다고 해석하고 비대위로 가니까 일단 비대위 중심으로 체제가 빨리 좀 안정돼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 체제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해진 부위원장도 이날 통화에서 "혁신위는 잘 가동되고 있고 소위원회에서 혁신안을 구체적으로, 아주 심도 깊게 논의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다"며 운영 의지를 내비쳤다. 공천과 관련한 혁신안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면서 "다른 혁신 아젠다들이 정리가 돼야 그 바탕 위에서 공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리가 먼저 되고 나서 공천 제도에 대한 혁신안도 나올 걸로 본다"고 했다. 또 "비대위가 출범하게 되면 비대위 역할 중에 하나도 당 혁신이기 때문에 비대위가 혁신위하고 손발을 맞춰서 혁신 작업에 같이 힘을 모을 걸로 생각한다"며 비대위 활동을 고려해 호흡할 것임을 시사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