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해명, 신뢰성마저 의문…'어대명' 전선은 '이상무'

"김혜경 몰랐다" 해명과 다른 정황 드러나…석연치 않은 해명 배경은 '법적 공방'
주말 경선서도 '이재명 대세론' 확실…박용진·강훈식 단일화마저 사실상 좌절

입력 : 2022-08-11 오후 3:46:56
민주당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둘째 날인 지난 7일 제주시 난타호텔에서 열린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일관하면서 또 다른 논란만 야기하고 있다. 해명과 반대되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 후보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해명의 진정성이 결여되면서 신뢰에도 의문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 후보 측은 지난 9일 부인 김혜경씨가 경기남부경찰청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씨가 당 소속의원 부인 3명과 지난해 8월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는데, 김씨 몫 2만6000원만 캠프에서 교부받은 정치자금카드로 수행책임자 B변호사가 지불했다"며 "김씨는 나머지 3인분 식사비(7만8000원)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최초로 제보한 A씨에 의해 경기도청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됐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현장에서 A씨를 보지도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 배경에는 향후 법적 공방을 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결국 향후 법적 문제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상식에 반하는 해명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고,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법적 문제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 4월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과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 측 해명이 있은 지 하루 만에 이를 뒤집는 정황이 나타났다. SBS는 10일 김씨와 의원 부인들의 식사 관련해 당시 경기도청 총무과 5급 공무원이었던 배모씨와 배씨의 지시를 받아 김씨의 사적 심부름을 도맡아 한 경기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 A씨 간 당시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두 사람 모두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으로, 배모씨는 성남시청 재직 시절부터 김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배씨는 당시 금액 결제 등 구체적 지시를 A씨에게 내렸다. A씨가 먼저 배씨에게 "카드 결제는 B변호사 보고 하라고 하느냐, 아니면 제가 받아서 하느냐"고 묻자 배씨는 "B변호사는 잘 모른다. 너가 카운터 가서 3명하고 너희 먹은 것 (계산)하고"라고 지시한다. 이에 A씨가 "사모님 것만 캠프에서 떼놓는다는 말씀인가"라고 확인하자 배씨는 "응"이라고 답했다. 김씨 최측근인 배씨가 김씨 식사비를 제외한 이들의 계산을 지시하고, A씨 또한 B변호사의 존재를 알았다는 점에서 "김씨는 법인카드 결제 사실을 몰랐다'는 이 후보 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외에도 A씨는 의원 부인 등 3명의 식사비 7만8000원뿐 아니라 당시 식사 자리에 함께한 경선 캠프 관계자 식사 비용도 경기도청 업무추진비 카드로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해명 과정에서 이 후보 측은 캠프 관계자 비용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A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기도청 업무추진비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유용됐다는 의혹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입장문을 발표하며 적응적으로 대응했던 이 후보 측은 11일 이와 관련해 따로 해명문을 내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배씨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는 이상 빠져나가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도 들린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2월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 측은 앞서 법인카드 유용 관련해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C씨가 사망한 뒤에도 오락가락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겼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만 해도 "검·경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달 2일 'C씨가 김혜경씨의 운전기사였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후보 측은 "대선 경선 기간 김혜경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또 다시 부인했다.
 
다음날 '이 후보 측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토대로 C씨가 김혜경씨 운전기사로 일하며 급여 약 1500만원을 받았다'는 후속보도가 이어지자 "C씨는 배우자실 선행 차량을 운전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마저 5일 YTN라디오에서 "이 의원 측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부족했다는 느낌도 든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비호감' 경쟁을 벌였던 이 후보가 신뢰성마저 잃게 될 경우 민주당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는 굳건하다. 오는 13일 부산·울산·경남과 14일 세종·충북·충남·대전 지역순회 경선에서도 '대세론'을 이어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 후보는 지난 주말 열린 첫 지역순회 경선 권리당원 투표 결과 누적 득표율 74.15%(3만3344표)를 기록, 박용진 후보(20.88%·9388표)와 강훈식 후보(4.98%·2239표)를 가볍게 제쳤다. 게다가 박용진, 강훈식 두 사람이 '단일화'에도 입장차를 보이면서 독주 체제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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