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오롱글로벌)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코오롱글로벌(003070)이 건설부문과 자동차부문을 쪼개는 인적분할을 단행하기로 하면서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자동차사업이 떨어져 나가면서 사업 재편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건설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건설부문 성장세도 주춤한 모습을 보이며 '종합 개발자(Total Organizer)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를 목표로 한 김 대표의 역량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 3월 공식 취임한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는 코오롱에서만 35년 넘게 일한 ‘코오롱맨’으로 꼽힌다. 그는 1987년 코오롱상사로 발을 들인 이후 코오롱 그룹 기획조정실을 거쳐 네오뷰코오롱(현 코오롱아우토) 최고운영책임자(COO) 상무, 코오롱인더스트리 3·4본부 CPI 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일했다.
대표 선임 당시 김 사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필름 전문가’로 코오롱글로벌의 주력사업과 연결고리가 적었지만, 그룹에서는 미래 성장과 신사업을 견인할 적임자로 꼽았다.
그러나 취임 이후 성적표는 아직 미흡하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과 역대 최고 신규 수주액을 세웠던 데다 해외현장의 추가 원가 반영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까닭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코오롱글로벌의 순이익은 880억6500만원을 시현했다. 순이익은 작년 동기(949억원)보다 7.2% 감소한 수준이다.
(표=뉴스토마토)
같은기간 매출액은 2조3682억원으로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1232억원으로 1.6% 증가했다. 실적 하락에 영향을 준 것은 건설 부문이다. 올해 2분기 건설부문 매출액은 5291억원으로 작년 동기(5471억원)보다 3.3% 쪼그라들었고, 영업이익은 517억원에서 437억원으로 15.5% 급락했다. 건설부문 상반기 매출액은 1조2억원으로 3.2% 줄었고, 영업이익은 768억원으로 전년대비 8.2% 감소했다.
상반기 신규수주액 또한 미달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코오롱글로벌의 신규수주액은 1조6000억원으로 연초 목표치(3조6000억원)의 46%에 그쳤기 때문이다.
앞서 코오롱글로벌은 노원 월계동신에 이어 동작 노량진3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고배를 마셨으며 원자재 가격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지난달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가 시공권 해지를 통보하는 등 수주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수입차 판매 등이 포함된 유통부문 매출액은 올해 2분기 4667억원으로 1.9% 상승했으며, 상사 부문은 0.3% 내린 1195억원으로 나왔다. 내년 1월 인적분할을 통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신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형과 이익창출력 축소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지난 4월 안전보건 결의 대회를 열고 안양 덕현지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코오롱글로벌)
잇단 사고에 신뢰 회복을 꾀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앞서 코오롱글로벌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4월 ‘대전 선화동 3차 개발사업’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 4일에도 경기도 광주시 코오롱글로벌의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한 명이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세이프티 플러스(Safety Plus) 코오롱, 중대재해 제로(Zero) 달성'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나선게 무색해진 것이다.
한편 김 대표는 존속법인인 코오롱글로벌을 건설사업의 안정적인 이익 창출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오는 2025년 매출액 3조8000억원과 영업이익 29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실제 코오롱글로벌이 인적 분할과 관련해 내놓은 IR보고서를 보면 분할 뒤 코오롱글로벌은 '종합 개발자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를 목표로 주택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육상·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수처리·폐기물과 OSC(모듈러 건축 등) 사업과 같은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로 수입차부문의 투자 자금소요가 완화되는 점은 재무안정성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은 산업특성상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른 영업실적 변동성이 높아 분할 이후 외형과 이익창출력 축소 등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코오롱글로벌은 기존 건설부문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계획으로 기존 건설부문의 사업실적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예정'이라며 "주택사업 현장들의 분양실적과 원활한 공사대금 회수여부에 대해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