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네번째)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내방한 진보당 윤희숙 신임 상임대표(왼쪽세번째)를 접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이 14일 당내 일각에서 쇄신책으로 제안한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당원총투표'를 실시하기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의원사퇴 권고'를 묻는 당원투표는 여야를 불문하고 역대 정당에서 유례없는 일로, 투표 결과는 물론 가결 시 해당 의원들의 동반사퇴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원총투표 대표발의자인 정호진 전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당원총투표'가 발의 요건을 적법하게 달성했고, 정의당 비대위가 (오늘) 이를 당 선관위에 통보했다"며 "선관위는 4일 이내에 (찬반)선거운동 및 투표 일정 등을 공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당원총투표 제안자들은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를 겪은 당의 근본적 인적 쇄신을 위해 현 비례대표 의원들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례의원 사퇴 권고 당원총투표'를 발의했다.
21대 비례대표 의원인 류호정 장혜영 강은미 배진교 이은주 의원(비례대표 순번 순) 5명이 일괄 사퇴하고 이 자리를 새로운 인물, 즉 후순위자들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 7일 1천2명의 당원 이름으로 발의 서명부를 제출했으며, 총 937명의 유효 서명을 받았다. 약 1만8천명의 '당권자 당원'(투표권을 가진 당원) 가운데 5% 이상(91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발의 요건을 채운 것이다.
당 선관위가 조만간 투표 일정을 공지할 예정인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투표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비대위 출범 이후에도 당내 혁신 요구가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물밑에 있던 '비례의원 줄사퇴' 목소리가 이번 투표를 계기로 분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원총투표 발의안 서명이 공개로 이뤄져서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은 선뜻 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파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차 불어나서 예상을 깨고 권고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표안이 가결된다고 해도 비례 의원들의 줄사퇴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투표 안건이 말 그대로 '권고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총투표 실시 여부 논란이 한창일 때 당사자인 비례 의원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은주 의원만 지난달 10일 "사퇴가 곧 책임지는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정의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당원투표 결과인 만큼 가결 시 이들 비례 5인이 느낄 압박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당 고위 관계자는 "인적 쇄신 요구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현역 의원들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만에 하나 가결될 경우 이들이 동반 사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