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이 난립한 국내 의약품 시장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매출과 연구개발 투자 비율에 따른 맞춤형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유한양행)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복제약 위주로 편중된 국내 제약업계에서 세계 상위 수준의 기업이 탄생하려면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 따른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총 50개 신약을 허가했다. 2018년 59건, 2020년 53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신약 허가 규모다.
지난 2017년 이후 FDA가 해마다 평균 50건의 신약 허가를 내주는 반면 최근 2년간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한국산 신약은 전무하다.
업계에선 일부 상위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역량을 쌓긴 했지만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복제약에 치중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보고 있다.
흔히 복제약이라고 불리는 제네릭의약품은 국내에서 이미 허가된 대조약(신약, 기허가가 없는 신규의약품 등)과 동일한 주성분(유효성분), 함량, 제형(복용형태), 투여경로(복용방법)의 의약품을 말한다.
한국에선 해마다 복제약 출시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2021년 의약품 허가 보고서'를 보면 제네릭의약품 허가·신고 품목 수는 지난 2020년 2613건에서 1535건으로 약 41%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에도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긴다.
유독 국내 시장에서 복제약 비중이 높은 현상은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제약사가 난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과 같은 성분으로 비열등성만 입증하면 돼 막대한 금액과 긴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복제약 난립은 우리나라처럼 매출 규모도 작고 연구개발 투자에도 인색한 중소형 제약사가 많은 나라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이 많아질수록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여윳돈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대형 제약사들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게 된다"면서도 "이마저도 몇몇 곳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에 따른 그룹별 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기업별 매출 규모와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기준으로 맞춤형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이 기준을 적용해 주요 제약 기업들을 △선진 시장 진출 모델 △연구개발 자금 유입 모델 △파머징 마켓 진출 모델로 나눴다.
묵현상 단장은 "매출과 연구개발 투자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해외 기업과의 합작 투자, 국내외 바이오벤처의 물질 도입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그룹인 연구개발 자금 유입 모델에는 △
동아에스티(170900) △
JW중외제약(001060) △
일동제약(249420)처럼 5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면서 100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쓰이는 기업들이 속한다. 이 그룹의 성장 전략은 신약개발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 설립과 이를 통한 벤처캐피탈 자금 유치가 될 수 있다. 일동제약그룹 아이디언스가 대표적이다.
묵현상 단장은 "그룹별 특성에 맞는 생존 전략을 취하면서 충부한 역량이 축적되면 다음 단계 그룹으로 넘어가면서 전체 산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에서도 그룹마다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시점에 우리나라도 제약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