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용인과 성남을 연결하는 다리인 '고기교'를 두고 용인시와 성남시가 갈등을 빚고있는 가운데 이번 폭우 피해 복구가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될 지 주목된다.
용인시와 성남시는 고기교를 확장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3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용인시는 여름철 하천 범람 민원이 발생하자 고기교를 왕복 4차로로 확장하고, 주변도로를 확충해 교통난을 해결하고, 하천 범람 피해를 줄이자고 주장하지만 성남시는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고기교는 길이 25m, 너비 8m의 용인시 수지구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을 연결하는 도로로 2003년 건설된 왕복 2차로 다리다. 용인시가 관리 중이지만, 고기교의 80%가 성남시 대장동에 위치해 있어 인허가권이 성남시에 넘어가 있는 상태로, 용인시가 무작정 도로를 확장할 수는 없다.
고기교를 관할하는 용인시는 지난 2019년부터 하천범람과 차량정체 등을 이유로 고기교를 4차로 규모로 확장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성남시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용인시의 주장은 이렇다. 동천동 도시발전이 진행되면서 인구유입이 늘고, 이에 따라 교통난이 심화돼 도로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서둘러 다리를 확장해 교통난을 완화하고 폭우 시 하천이 범람하는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성남시는 확장공사를 반대하는 중이다. 교통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성남시로 유입하는 차량만 늘어날 뿐 교통흐름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또 확장 공사로 인해 대장지구쪽 교통량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경기도는 '용인-성남 고기교 갈등'을 갈등관리 1등급으로 정하고 협의체를 출범시키는 등 갈등해결을 위해 애써왔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기록적 폭우로 고기교가 물에 잠기고 인근 주택과 상가 등이 침수 되는 역대급 수해가 발생했다.
용인시는 서둘러 수해복구 작업에 나섰고, 긴급히 동막천 준설 계획안을 세워 예산 마련에 나선 상태지만 성남시는 아직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역대급 폭우가 몰아칠 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성남시도 무작정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피해가 발생한 고기교 인근 거주 주민들 사이에서도 하천이 범람해 문제가 생기는 만큼 서둘러 다리 공사를 진행해 차후 이같은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기교 인근 한 주민은 "고기교 범람이 하루이틀일이 아닌데, 해결책이 없다. 고기교 확장하면서 하천 준설한다는 말이 있던데 빨리 좀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난 14일 고기교 수해복구 작업 현장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선 고기교 확장, 주변 도로 확충, 하천 준설이 속히 시행돼야 한다"며 "성남시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용인시 수지구 고기교 수해 피해 현장. (사진=박한솔 기자)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