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연이어 연고점을 경신한 원·달러 환율이 22일 하루 새 10원 이상 급등하며 장중 134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340원을 돌파한 것은 13년 4개월 만의 일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전망이 강화되면서 불안 심리가 다시금 발동된 데 따른 결과다. 연말까지 환율이 달러화 강세와 연동돼 상승 압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5.9원) 대비 13.9원 급등한 133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5일 기록한 연고점(1326.1원)을 돌파한 것은 물론, 2009년 4월 29일(종가 기준 1340.7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6원 오른 1335.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특히 장중에는 오후 1시 52분께 1340.2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09년 4월 29일(장중 기준 1357.5원) 이후 최고치다.
미 동부 현지시간으로 22일 오전 2시 35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보다 0.05% 오른 108.22선에서 거래 중이다. 이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환율이 폭등한 것은 미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입장이 담긴 발언과 금주 예정된 잭슨홀 미팅 때문이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내년 말까지 4%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5~27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긴축 의지를 밝힐 지도 관심사다.
이번 미팅에서는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향후 통화 정책 세미나를 연다. 미 연준은 앞으로 남은 3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언급할 전망이다. 미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발언에 따라 원·달러 환율 시장도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날 오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7%에서 연 3.65%로 0.05%포인트 인하한 점도 한몫했다. LPR 인하 여파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매도 시기를 늦추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33억2000만 달러(한화 4조4400억원 규모) 증가한 903억8000만 달러(한화 122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특히 미 달러화 예금은 764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8억6000만 달러 늘었고, 기업이 759억 달러로 전월보다 33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수출 기업 등 달러를 대량 보유한 거주자들이 환율 추가 상승 기대에 대금을 바로 환전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예치한 탓이다.
미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1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2.3포인트(0.86%) 내린 3만3706.74로 장을 마쳤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5.26포인트(1.29%) 내린 4228.4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60.13포인트(2.01%) 하락한 1만2705.22로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3.12% 상승한 2.976%로 집계됐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94% 오른 3.238%를 기록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상승에는) 선진국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 압력, 유럽 에너지 위기, 중국 내수 경기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연준은 확실한 인플레이션 둔화 양상을 확인하기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내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는 시기 상조란 입장이 파악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내 달러화 강세와 연동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금융 거래를 통한 역내 달러 순공급 증감 요인도 공존하는 만큼 연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할 때"라고 덧붙였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5.9원) 대비 13.9원 급등한 133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