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분 없는 직장 동료의 사진들, 관심 없는 내용의 숏폼들을 왜 줄줄이 봐야 하냐는 거죠. 카카오톡에 그런 점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데… 아무튼 시스템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친구 탭' 첫 화면을 '격자형'에서 과거 '리스트형' 친구 목록으로 되돌린 업데이트를 두고 곳곳에서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획기적인 신기술을 공개하는 것도, 더 나은 수준의 콘텐츠를 접목하는 업데이트도 아닌 그저 원점으로 돌리는 옵션을 추가한 것뿐인데 이 같은 반응은 분명 이례적이다.
지난 9월 카카오는 사용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카카오톡의 인터페이스(UI)를 대폭 개선했지만 결국 이 같은 시도는 의미가 퇴색됐다. 원치 않는 무분별한 숏폼, 의사와 상관없는 불특정 다수의 사생활 노출 등으로 인해 혼란과 불만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속출했고, 주력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자체를 교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기능 활성화를 염두에 둔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에게 있어 주력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는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사용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것은 물론 편의성도 높이고, 이로 인한 피드백을 통해 프로그램이 향상될 수 있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플랫폼 산업에서 10·20대가 급부상하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는 이들 수요층의 기호를 반영한 콘텐츠 구성에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단순한 UI 조정을 넘어 콘텐츠 본연의 기능을 침범한 점이 문제로 부각됐다. 특히나 카카오톡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메신저인 경우, 대대적 업데이트에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사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의 존재 가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데 있다. 지금 당장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안부가 궁금한 사람들, 연락이 끊긴지 오래됐더라도 어렴풋이나마 목록에 떠 있는 사람들, 경우에 따라서는 생사가 궁금한 사람들까지 확인하기 위해 친구 탭을 사용하는 사례가 주변에 너무나 많다. 카카오톡의 친구 탭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흔적이 오롯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메뉴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개편된 친구 탭이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것도 이래서다. 개편 이후 친구 탭은 원치 않는 콘텐츠들이 어지럽게 얽힌 공간이 됐고, 정작 메신저의 핵심인 친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친구를 보러 친구 탭에 들어갔는데 친구를 찾기 어려운 기묘한 상황을 받아들일 사용자들은 많지 않다.
우리는 지금도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리워하기에, 잊지 않기 위해 메신저 창을 연다. 때문에 메신저 기능의 혁신은 관계에 대한 존중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친구 탭의 컴백을 반기는 사용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결국 메신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