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뉴시스통신은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작가 문지원씨 인터뷰 기사를 띄웠다. 문 작가는 인터뷰에서 지난 21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8개월간 매달 100만원 창작지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덕분에 생계 걱정에서 해방돼 창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월 100만원만 받았을 뿐인데,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잘된 드라마 원작을 창작하고 수많은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시청자가 함께 그 즐거움을 누렸다.
우수한 작품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 나게 한다. 작가 개인으로서는 보람이요, 국가사회 전체로서는 공감의 폭이 커진다. 나아가서 바깥으로는 한국이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를 굳혀가는데 한몫한 것이다.
우수한 작품이 낳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 이를테면 베토벤처럼 불멸의 음악가가 창작해낸 교향곡의 예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우수한 교향곡을 연주할 인재, 즉 연주자나 지휘자, 연주할 장소, 악기, 이들에 대한 지원시설과 각종 자재 등 그 파급효과가 끝없이 이어진다. 자동차나 TV 같은 기자재의 경제적 효과에 못지않다.
문제는 그런 작품을 창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큰 이유 하나는 아마도 작가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가 한다. 물론 가난한 가운데 훌륭한 작품을 써내는 예술가들도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그런 작가들이 우수한 작품을 써낼 수 있도록 후원자가 도와준 경우가 많았다. 베토벤이나 차이코프스키 등 훌륭한 음악가의 경우가 그렇다.
그렇지만 그런 행운도 누리지 못하고 힘겹게 생활을 꾸려가면서 창작한 경우가 물론 훨씬 많다. 따라서 가난하다고 훌륭한 작품을 써내지 못한다는 등식은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난한 작가들이 조금만 더 경제적 여유만 있었다면, 창작에 전념하거나 탐구와 사색에 몰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가도 좀 더 가지면서 작품을 구상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랬더라면 우수한 작품들을 더 많이 써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그렇기에 창작자들의 생활 안정은 우수한 작품 창작의 중요한 선결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작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호의호식은 아니다. 다만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 이런 평범한 이치를 ‘이상한 우영우’의 작가가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따라서 한국이 지금처럼 우수한 작품의 나라로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예비작가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을 가능한 한 늘릴 필요가 있다. 지원받은 작가가 모두 문지원씨처럼 대성한다는 보장은 없다. 적지 않은 사람이 중간에 낙오하거나 다른 길로 빠질 것이다. 또는 게을러지고 지원금을 유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 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일이다. 이를테면 우수한 군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세우고 교육비를 국비로 모두 지원해준다. 그렇지만 사관학교 졸업생들이라 모두 장성까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대부분이 다른 길로 빠진다. 그렇다고 그렇게 지원한 국가 예산이 아깝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창작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장래 가능성을 보고 지원했는데, 일부가 중도포기했다고 헛돈을 썼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즘 KT의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확보한 결과라고 한다. 경하할 일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드웨어도 물론 잘 만들어야 하겠지만, 그 하드웨어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콘텐츠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이 돌로 만든 여인 조각상에 아프로디테 여신이 숨결을 넣어줌으로써 실제 여인으로 변신시킨 것처럼 말이다. 하드웨어가 돌로 만든 조각상이라면, 콘텐츠는 아프로디테 여신이 불어준 그 숨결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이나 CJ ENM, 롯데 등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앞으로 할 일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창작자들을 과감하게 지원해주는 것이다. 아프로디테 여신의 후계자가 돼보겠다는 의욕을 가져 보라는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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