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도 외환보유액 늘었지만…치솟는 '환율 불안'

3일 원·달러 환율 1310.3원에 거래 마쳐…3일 연속 1300원 상회
외환보유액 감소세는 멈췄지만…미중 갈등 새롭게 부각
미 연준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강달러 원인으로 작용

입력 : 2022-08-04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달 말 숨고르기와 함께 1200원대까지 내려간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다시 1300원을 넘어서는 등 환율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 외환보유액의 가파른 감소세는 멈췄지만, 미국·중국 간 정치적 긴장 고조와 미국 통화 긴축 예고 재점화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1304.7원) 대비 5.6원 오른 1310.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1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27일(1313.3원) 이후 5거래일 만이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방한 이후 형성된 한미 간 외환시장 안정 공감대, 러시아의 천연가스 가스관 재가동 등 요인에 급등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28일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313.3원)보다 무려 17.2원 내린 1296.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7일 이후 15거래일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환율은 이달 1일 종가 기준 1304.0원으로 전일 대비 4.9원 오르며 다시 1300원대에 진입했고 2일에는 0.7원 오르며 1304.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또 이날까지 1310.3원에 거래를 마치며 3일 연속 1300원 선을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환율 불안이 재점화한 것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인한 미중 갈등 우려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고려하겠다고 강경 대응했음에도,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지난 2일 밤 늦게 송산 국제공항을 통해 대만에 도착했다.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하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달러화는 미중 갈등 장기화 우려로 상승하는 추세다. 2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보다 0.86% 오른 106.17을 기록했다.
 
미 연준 인사들의 잇따른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도 강달러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9월 0.75%포인트 인상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메리 댈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만 그간 환율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던 외환보유액의 감소세는 일단 중단됐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6억1000만 달러로 전월 말(4382억8000만 달러) 대비 3억3000만 달러 늘며 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달러 강세 여파에도 외화자산 운용수익,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등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 4개월간 낙폭이 워낙 컸던데 반해 지난달 상승폭은 미미해, 외환보유액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환율은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인한 미중 외교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상승 마감했다"고 분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이라 외국인 자본 유출이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1304.7원) 대비 5.6원 오른 1310.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1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27일(1313.3원) 이후 5거래일 만이다. 사진은 이날 한 은행의 딜링룸에 환율 종가가 표시돼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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