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 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변 의장, 박홍근 원내대표.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 중앙위원회가 '이재명 방탄'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헌 80조 개정안을 재투표 끝에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중앙위는 26일 오후 중앙위원회 온라인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당헌 80조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송기헌 중앙위 부의장이 발표했다. 투표에는 566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418명이 참여했고, 311명(54.95%)이 찬성표를 던져 재적 과반으로 가결됐다.
이날 의결된 안건에는 당대표를 포함한 당직자의 직무 정지 기준을 '기소 시'로 규정하는 당헌 80조 개정안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1항을 유지하되, 3항을 통해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는 경우 기존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에서 달리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구제 주체를 변경했다.
앞서 민주당은 당헌 80조 개정안을 지난 24일 중앙위에 상정했으나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대표가 유력한 이재명 후보를 검·경 수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탄용'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다 당의 최고의사결정 단위를 기존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권리당원 전원투표'로 변경하는 당헌 개정안이 의원들조차 모르게 처리되면서 당헌 80조 개정안까지 함께 부결됐다.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에 대한 당내 숙의 부족으로, 당헌 80조 개정안까지 중앙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비대위는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을 제외한 당헌 80조 개정안 등을 당무위와 중앙위에 다시 올렸다. 당헌 80조와 관련해서는 '기소시 당직 정지' 조항은 그대로 두되, 구제의 주체만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바꾼 절충안이 일정 수준의 논의를 거쳤고 공감대도 얻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틀 만에 다시 열린 중앙위에서 수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비대위는 전당대회 직전에서야 가까스로 당헌 논란 국면을 마무리하게 됐다.
다만 중앙위 재투표를 놓고 절차적 하자에 대한 지적과 함께 재투표 찬성률도 크게 높지 않았던 점 등은 당내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지는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박용진 당대표 후보는 이날 당헌 80조 개정안이 중앙위에서 의결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헌 80조 3항의 개정에 따라 향후 있을 당무위의 판단이 결코 특정인을 위한 방탄조항이 되지 않도록 우리 당무위 구성원들의 철저한 선당후사 정신과 책임감이 있기를 바란다"며 여진을 보였다. 계파 갈등의 온전한 봉합은 오는 28일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할 새 지도부의 과제로 남게 됐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당헌·당규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제출되는 것은 민주정당에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절충할 수 있는 안은 절충해 통과시키고, 절충할 수 없는 안은 개정에 반대하면 안 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통과된 당헌 개정안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과반'이 궐위되는 경우 비대위를 구성하도록 하는 신설 조항도 포함됐다. 법원의 비대위 전환에 대한 제동으로 국민의힘이 또 다시 극심한 내홍에 직면함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울러 △예비당원제 폐지 △시도당위원장연석회의의 상설기구화 △인재영입위원회·소상공인위원회·탄소중립위원회의 상설위원회화 △경선 불복 탈당자의 복당 불허기간 8년으로 단축 등의 조항도 이번에 개정됐다. 개정안은 이날 중앙위 의결에 따라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