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기간인 지난 3월 6일 서울 성북구 성북천 분수광장과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에서 각각 대선 전 마지막 주말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빠른 시간 내에 만나기로 했다. 다만 '여야 당대표들과'라는 단서에 방점이 찍히면서 의례적 수사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대표는 30일 오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윤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 받았다. 윤 대통령과의 통화도 이뤄졌다. 이번 통화는 표면적으로는 사전 조율 없이 진행됐다고 전해졌다. 이 수석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자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통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고, 이 대표도 응하자 두 사람이 전화로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이 대표에게 "(당대표)당선을 축하드린다"며 "당 대표직을 수행하시는 데 있어 도울 일이 있으면 저도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운데 민생입법에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양산을 어제 다녀오셨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분 안부가 괜찮으신지 묻고 싶다"며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 대표님들과 좋은 자리 만들어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당대표 당선을)축하드리고 건승을 기원한다"고 재차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경호 구역을 확대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내외와 마을 주민들은 그간 극우 유튜버 등의 욕설 시위에 시달렸다. 이 대표는 또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덕담도 건넸다. 두 사람 간 통화는 3~4분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무수석의 예방은 이 대표의 양산 방문 일정으로 하루 미뤄져 이날 성사됐다. 이 대표는 전날 신임 지도부 등과 문 전 대통령을 찾아 계파갈등 치유와 통합에 힘을 쏟았다.
두 사람이 전화통화를 갖고 빠른 시일 내에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단독 회담의 가능성은 극히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 대표님들과 좋은 자리 만들어 모시겠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위기를 수습, 지도체제를 확립하더라도 여야 당대표들과 만나는 방식으로 추진할 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 수석도 이날 예방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총재가 아니니까 ‘영수’라는 표현은 안 맞다”며 “당대표 만남이라고 해서, 이런 일들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이날 통화에서도 ‘영수회담’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 제안대로 '독대' 형식을 취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 수석은 “그 부분은 앞으로 조율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 대표는)국민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왔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형식이나 절차가 뭐가 중요한가”라고 '단독 회담'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