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 노조 파업이 끝난 지 6주가 지나도록 고용승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고용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이어가는 동안 원청은 4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우조선 사태는 2차전으로 접어들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 지회장은 지난달 19일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16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일주일간 단식투쟁을 한 뒤 금속노조 경남지부 천막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거통고지회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1일 옥포조선소 서문에 천막을 세웠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사진 가운데 흰옷)이 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농성을 시작한 지 16일째다. (사진=이범종 기자)
앞서 거통고지회는 지난 7월22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협의회와 조합원 고용 보장에 합의하고 파업을 마쳤다. 파업 기간에 폐업했거나 예고한 네 개 업체 조합원 47명 고용을 보장한다는 약속으로 합의문에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를 새겼다.
이후 '삼주'와 '수호마린'에서 총 5명을 고용했다. 반면 폐업한 도장업체 '진형'에서 '성루'로 31명, 발판업체 '혜성'에서 '현진'으로 11명이 옮겨가는 과정이 난항이다.
거통고지회에 따르면, 성루 측은 11월에 13명, 12월에 18명으로 나눠 각 세 달 씩 평가한 뒤 고용을 이어갈 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이달 안으로 전원 1년 단위 계약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7월22일 노사 합의에 '1년 단위 계약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며 "고용 시점이 언제인지가 제일 중요하고 이 문제가 정리되면 1년 단위 계약은 합의된 내용이므로 그건 사측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혜성의 경우 지난주 구두 합의를 토대로 노조가 작성한 합의서에 서명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강 부지회장은 "7명이 합의 즉시 채용하는 것으로 하고 4명은 최대한 채용을 해 보고 안 되면 11월1일자로 계약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거통고지회는 이번주 내에 고용승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5일부터 원청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공동투쟁에 돌입한다. 총 100명 규모로 옥포조선소 서문에서 방송차량을 동원해 선전전을 시작한다. 추석 전 타결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김형수 지회장은 "명절에 먹을 것 없는 사람에게는 추석이 상대적으로 더 박탈감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구성원들에게 이번 합의와 관련해 지켜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선전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손해배상 문제도 남아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김 지회장과 강 부지회장, 유최안 부지회장 등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창원지법 통영지원 민사1부에 배당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한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지회의 1도크 점거와 파업으로 여러 공정이 한동안 중단돼 금전 손해가 크다고 주장한다. 하청 노조 파업 당시 사측의 추산 피해액은 약 8000억원이었다. 사측은 1도크 점거 기간 불필요하게 쓴 비용을 우선 특정해 소송가액을 선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손배소 청구액에 대해 "일차적으로 중단된 공사들에 동원되었던 인력과 설비 등 불필요하게 지출된 비용, 불법행위로 인하여 영향을 받은 공사들의 향후 공정 회복 및 적기 인도를 위해 투입될 추가 비용, 대금입금지연 및 인도 지연으로 인한 공사 손실 등"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송가액에 포함하지 않은 금액은 이후 소송 진행 경과과 승소 가능성, 손해액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필요시 추가할 예정이다.
집행부 외 조합원의 경우 민사 손해배상 소송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가담 정도에 따라 형사 책임을 따지는 고소는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거통고지회 측은 이번 소송 목적이 피해 회복보다는 노조 탄압에 있다고 주장한다. 김형수 지회장은 "사람들을 협박하고 몰아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기득권에 덤비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