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LNG 이후가 진짜…조선업계, 무탄소 선박 ‘사활’

전세계 친환경 연료 추진선 신규 수주 59.6%
적자에도 생존 위해 암모니아·수소·연료전지 연구

입력 : 2022-08-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친환경 고부가선박으로 세계를 휩쓴 국내 조선업계가 무탄소 시장 선점에 역량을 쏟고 있다. 당분간 ‘중간 단계’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이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국제사회 무탄소 목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수소와 연료전지 선박 등으로 시장 흐름이 격변할 전망이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산업의 선박온실가스(GHG) 배출을 2008년 대비 50%로 줄인다는 목표로 각종 배출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존 선박은 2024년부터 운항 거리와 연료 소모량 등 1년 간 운항정보를 토대로 매년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를 계산해야 한다. CII는 연료 사용량과 운항거리 등 운항정보를 활용해 화물 1톤(t)을 1해리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CO₂ 양을 계산한 값이다. 선주는 CO₂를 2019년 CII 기준 2020년~2023년 총 5%, 2024년~2026년 매년 2%씩 낮춰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이 때문에 선주들은 친환경 연료 전환을 위한 선박 개조와 신조선 구입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친환경 연료 추진선박 신규 수주의 59.6%를 확보했고 대형 LNG선은 70.9%를 수주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선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올해까지 러시아 수입 천연가스 물량의 3분의2를 줄이고 2027년까지 러시아 화석연료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해 2월부터 북부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로 연간 LNG 생산량을 현재 7700만t에서 2027년 1억26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과 135척 LNG 건조 슬롯계약(새 선박을 만들 도크 예약)을 맺어놨다.
 
조선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연간 신규 수요를 수십척으로 예상한다. 이달 삼성중공업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200만t 증가에 필요한 LNG선은 연간 35척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 선령 25년 이상인 선박은 118척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LNG는 완전 무탄소 연료가 아닌 중간 단계에 불과해 차세대 연료와 선박 연구개발(R&D)이 미래 조선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에 조선사들은 앞다퉈 차세대 선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과는 연료 소비와 탄소 저감 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한국선급(KR)로부터 선박 풍력보조 추진장치 로터세일의 독자모델 ‘하이로터(Hi-Rotor)’ 설계승인을 받았다. 로터세일은 선박 갑판에 설치되는 원기둥 모양 구조물이다. 바람으로 추진력을 보태 연료 소모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하이로터(Hi-Rotor)를 설치한 선박 조감도. (사진=현대중공업)
 
로터세일은 선박 탑재 시 6~8% 연료 절감과 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 육상에서 실증에 나선다. 주원호 현대중공업 기술본부장은 이번 설계승인에 대해 “LNG,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 뿐 아니라 풍력보조 추진장치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 개발을 통해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함으로써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한걸음 더 앞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어느 연료가 대세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이에 조선사들은 암모니아와 수소 등 다양한 연료를 함께 연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암모니아 추진 힘센(HiMSEN) 이중연료(DF)를 개발하고 있다. 2025년~2027년 암모니아 대형 엔진을 만들고 연료 공급과 화물 처리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추진 또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선박도 준비하고 있다. 연안여객선 등 소형 선박에서 수소추진선 기술을 상용화하고 탱크와 연료 공급 시스템을 고도화해 2029년 세계 최초 대형 액화수소운반선을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운반선(LCO2 Carrier), 전기추진선도 개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단기적으로 LNG·LPG 추진선 시장을 선도하고 메탄올 추진 선박 수주로 탈탄소 시대에 대비한다. 중기 전략으로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상용화하고 대체연료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소 추진 선박 상용화와 연료전지 기술 확대를 구상하고 있다.
 
신선종은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과 액화수소 운반선(LH2 Carrier)를 내걸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탄소포집 기술 발달에 힘입어 연말이나 2023년쯤 LCO2 운반선 신조 협의가 가시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LH2 운반선은 수소 폭발 위험성과 극저온(-253도) 액화에 따른 기술력 확보 문제로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 상용화 목표로 연료전지 추진선과 암모니아 추진선을 연구하고 있다. 이때까지 수소 연료 공급 시스템 관련 기본설계 승인도 받는다는 계획이다. 50K(5만t)급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기본선계도 진행중인데 내년 선박 수주가 목표다.
 
조선사들은 원가 상승으로 적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2020년~2021년 0.6%로 같지만 총액은 851억8800만원에서 924억8000만원으로 늘었다.
 
대우조선해양 연구개발비는 2020년 722억700만원에서 2021년 722억5800만원으로 소폭 늘었는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1%에서 1.6%로 뛰었다.
 
삼성중공업도 연구개발비를 2020년 495억5800만원에서 2021년 508억3700만원으로 늘렸다. 연구개발비가 매출에서 차지한 비율은 0.7%에서 0.8%로 늘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범종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