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코시 다케히로(왼쪽부터)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월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오는 7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1일 진행된 한미일 안보 수장 회담에선 대북 '확장억제' 전략을 3국 차원으로 확대할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과거 냉전시대의 한미일 3각 동맹체제로 돌아가는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7일 일본 도쿄에서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한일·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차례로 진행한다. 김 본부장은 이날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이번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6월3일 서울, 7월8일 발리에서 개최된 데 이어 세 번째다.
한미일 3국은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안보실장 회의에서 논의한 북핵 공조 대응방안을 좀 더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회의에선 북한에 대한 한미일 3국의 강경대응 기조가 확연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와 더불어 한미일 3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이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방향으로 협력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대북 경고를 하기도 했다.
또 대북 '확장억제' 전략을 한미일 3국 차원으로 확대하는 논의도 이뤄졌다. 김 실장은 "필요하다면 3자 간에 확장억제를 논의할 기회도 모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 핵위협을 받았을 때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과 동일하게 미군 전력을 투입해 대응한다는 개념으로, 흔히 '핵우산'이라고 불린다. 확장억제가 한미일 3국으로 확대될 경우 대북 억지력을 넘어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미가 부각될 수도 있다.
북한이 윤석열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일언지하에 거부한 이후 한미일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 경고와 확장억제 전략 모색 등 강경대응 기조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양새다. 앞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 방안이 나오기 보다는 미일이 공감하는 정도에 그쳤다. 7일 예정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도 앞서 안보실장 회의에서의 대북 강경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대응 차원에서 확장억제 전략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후순위 논의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최대비상방역전에 참전해 혁혁한 위훈을 세운 조선인민군 군의부문 전투원들과 4·25문화회관에서 만나 축하 연설을 하고 광장에서 뜻깊은 기념촬영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한미일의 이러한 강경대응 노선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립외교원장을 역임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강경대응이라는 게 결국 군사적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인데 한반도 긴장감만 고조될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 관리를 한다는 부분에서 보면 북한을 (대화로)끌어내고,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지금 전략적 무력시위를 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좀 더 신중하게 한미일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일이)강한 톤의 발언이 나오면 북한의 강경 발언을 유도하게 될 가능성도 있고, 그러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미일도 대응을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전략이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북 제재를 통해서 유류 공급량을 줄이다든가,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단체·개인 제재)을 강화한다든가 이런 게 더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여지는 있는데 확장억제 강화 자체만을 가지고 북한의 행보를 완화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확장억제력이 최대치로 동원됐던 때가 2017년 9~11월이었다. 항공모함 4대가 동해에 전개될 정도로 엄청난 전략자산이 투여되는 등 최대치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가 멈추거나 이후 행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며 "확장억제 강화가 갖는 실효적 억제력은 사실 그렇게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미일이 강경 대응 기조로 나선 배경에는 3국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형 교수는 "미국은 한미일을 묶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한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보다 훨씬 더 협조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윤석열정부는 한일관계가 약한 고리였는데, 한미일을 묶어놓으면 그 다음에 한미일이 군사협력이나 동맹까지도 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