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태풍 ‘힌남노’에 따른 철강사 침수 피해가 조선향 후판 생산과 하반기 가격 협상에 미칠 영향이 관심을 끈다. 조선사가 선주문한 후판으로 배를 짓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없지만, 국내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수입 비중을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날
POSCO홀딩스(005490)는 포항제철소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포스코는 전날 김학동 부회장을 단장으로 설비, 생산·판매, 기술, 안전 등 관련 임원들이 포함된 ‘태풍재해복구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와 생산 재개일은 확인·검토해 순차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포스코 본사와 포항제철소, 협력사 임직원 1만5000명과 광명제철소 일부 인력이 태풍 피해 복구에 투입됐다.
7일 포항제철소 3연주공장에서 직원들이 밀려들어온 진흙을 퍼내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홀딩스는 “제철소 핵심 설비인 고로 3기는 피해가 없었으나 일시적 가동 중단(휴풍)중이며 전기공급 회복 시 정상 가동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침수 피해를 입은 열연 라인 등 제품 생산 공정 복구시점은 미정이나 공급 차질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광양제철소는 정상 가동 중으로 포항제철소 생산 슬라브 일부를 광양 제철소로 전환 가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판은 연속 주조기에서 생산된 슬라브를 고객사가 요구한 크기로 압연·냉각 후 잘라 만든다. 슬라브 일부를 광양제철소로 전환한다 해도 생산 차질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포항제철소는 포스코 전체 제품 생산량의 45%~50%를 차지한다.
같은 날 현대제철도 포항 공장 생산 중단을 공시했지만, 후판은 충남 당진 제철소에서 생산해 영향이 없다.
당분간 후판 공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생산 차질이 얼마나 길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조선사들은 후판을 선주문해 조선소에 쌓아 놓고 배를 짓는다. 이 때문에 후판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생산 차질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 지 모른다는 점이다. 포스코 포항 제철소는 여의도 세 배 규모로 넓어 피해 상황 파악에도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사와 조선사 모두 후판 공급 지연 예상 시점과 대응 방안을 쉽게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흙탕물에 뒤덮인 자재창고를 직원들이 빗자루로 쓸어내고 있다. (사진=포스코)
이번 피해가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이다. 현대제철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하락한 원료 가격 등을 근거로 조선사 공급가 하락을 내다봤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자사 컨퍼런스콜에서 실제 하락폭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조선향 후판가는 2020년 1톤(t)당 약 67만원에서 지난해 113만원대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20만원대로 올랐다.
한국조선해양(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해 후판가 상승분을 충당금 설정해 1조원대 적자를 냈다. 조선사들은 올해 2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한국조선해양 2651억원, 삼성중공업 2558억원, 대우조선해양 995억원 순이다.
원자잿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월10일 1t당 144.37 달러였다가 이달 2일 99달러로 내려앉았다.
철강업계에서는 예전 철광석 가격 상승분이 후판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포스코가 후판가를 올리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015년 후판가는 50만원대였지만 당시 철광석 1t 평균 가격이 55.71 달러로 지금의 절반 수준인 점, 철광석 가격 변동폭은 세 달마다 제품에 반영되는 점도 가격 방어 논리다.
철강사와 조선사 모두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라 이번 협상도 양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 수요 위축과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당시 밀마진(철강 판매가에서 주원료비를 뺀 값) 하락 방어에 총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같은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선박 계약 해지, 원자재가 인상과 인력부족, 하청 노조 파업 대응을 위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권오갑 회장 주재로 사장단 전체회의를 열고 경영 환경 악화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위기의식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