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농지를 상당히 보전하고 전력 발전도 병행하는 취지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기로에 섰다. 취지와는 달리 사업 주체나 농업진흥구역 내 시설 등이 논밭을 훼손하거나 없애는 등 피해를 방지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안이 3건 계류돼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의 농지법 개정안, 위성곤 의원이 발의한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 김승남 의원이 제안한 '영농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박 의원의 안은 농업진흥구역에서 영농형 태양광의 기본 기한이 10년이고, 10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김 의원의 제정안의 경우 농업인이나 주민·지방자치단체 설립 조합의 농지에서 20년 이내로 영위할 수 있으며 위 의원의 법률안은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이 농업진흥구역 밖에서 23년 지속가능하다.
해당 법안들이 활성화하려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를 밀어버리는 농촌형 태양광과는 달리 논밭을 보존하면서 전력 발전을 겸할 수 있는 정책이다. 식량안보를 책임지면서 탄소를 저장하는 농지의 기능을 남겨두고, 좁은 국토로 인해 만성적으로 부족한 태양광 부지까지 확보하려는 취지다. 농부의 입장에서는 작물과 전력 발전 모두에서 소득을 얻기 때문에 작물 수확에만 매진하는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일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사진=신태현 기자)
이같은 장점에도 기한이 한정돼있어 영농형 태양광의 확산 정도는 미미한 편이다. 현재는 농업진흥구역 내지 농업진흥구역 이외 일반 농지에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명목으로 관련 시설이 세워지고 있다. 농업진흥구역 전반과 일반 농지에서는 5년을 기본으로 하고 3년 연장할 수 있다. 농업진흥구역 중 염해 간척 농지의 경우 예외적으로 23년이 기한이다.
법안 개정이 늦춰지는데는 농업당국과 관련 단체의 반대가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영농형 태양광 정책이 농지 훼손 내지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위 의원 및 김 의원의 법률안이 농지 투기를 야기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포기한 대만의 선례를 따른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발전 이격거리 표준안 변경도 농지를 침탈하고 파괴하는 행위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역시 절차를 건너뛰고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단체만큼 격하진 않더라도 농림축산식품부도 신중론을 제기해온 편이다.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에 대해서는 수용이 어렵다고 반대하다가, 지난해 12월에는 허용 여부를 농지법에 직접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타용도와는 달리 태양광의 설치 기한이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된 점도 짚으면서, 대통령령에서 규정하자고 제언하고 있다.
발전 사업의 주체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위 의원의 법안은 태양광을 할 수 있는 농업인의 요건으로 일정 시일 이상의 거주 기간을 설정했는데, 농림부는 해당 조항이 귀농인의 발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게다가 농업인 뿐 아니라 농업법인이나 조합이 영농형 태양광을 영위하게 하는 안들에 대해서도 현행법 충돌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 농부가 아니라 기업형이나 외지인 주도의 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