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DB금융투자 본사 앞에서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 관계자들이 고원종 대표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라젠(215600) 주주들이 상장 주관사였던
DB금융투자(016610)의 고원종 대표를 고발했다. 법원이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과정에서 DB금융투자 전직 임직원에게 실형을 내린 바 있는데, 이에 더해 고원종 대표까지 수사해달라는 내용이다.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이하 주주연대) 법률 대리인 김율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고원종 대표 등 전현직 임원 4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한다.
고발장을 보면 신라젠은 지난 2013년 11월15일 미국 기업 제네렉스와 지분 전부를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제네렉스는 신라젠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원개발사다. 인수 계약 체결 직전인 같은 해 10월 기준 신라젠은 제네렉스의 지분 약 29%를 보유했다.
신라젠은 계약에 따라 이듬해 3월14일까지 3162만달러(약 330억원)의 대금을 지급해야 했다. 신라젠은 지급일에 맞춰 나머지 지분 인수를 위한 대금 지급을 마무리하고 제네렉스 사명을 신라젠 바이오테라퓨틱스로 바꿨다.
제네렉스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 자기 자금이나 제1금융기관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웠던 신라젠이 선택한 카드는 DB금융투자와의 자금 조달 및 자문 용역 계약이었다.
2013년 말 기준 신라젠이 보유한 현금 유동성은 98억원에 불과했으며 제네렉스 역시 펙사벡 임상 2b상에 실패하면서 자금난 악화를 겪고 있었다. DB금융투자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신라젠의 기업공개(IPO)를 제안했다.
신라젠이 IPO를 거쳐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공모 후 최대주주 지분율 20% 이상이라는 심사 가이드라인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당시 신라젠 상황을 보면 최대주주 지분은 전체의 9.86%뿐이었다.
DB금융투자의 선택은 BW였다. BW는 사채 발행 이후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미리 약정된 가격에 따라 일정한 수의 신주인수 청구 권리를 가지는 사채를 말한다. 발행 형태에 따라 사채와 신주인수권을 분리해 양도할 수 있는 분리형, 사채와 신주인수권을 결합해야 양도할 수 있는 비분리형으로 나뉜다.
DB금융투자는 전 신라젠 경영진에게 35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 대금을 납입해 인수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DB금융투자 제안을 받아들인 당시 신라젠 경영진은 자기자금 투입 없이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올려 상장을 전제로 제네렉스 인수 등에 필요한 거액의 투자금을 받기로 했다.
DB금융투자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의 외삼촌인 조경래씨가 운영하는 회사 크레스트 파트너를 거쳐 BW 발행으로 발생한 350억원을 회수했다.
고발장을 보면 DB금융투자는 2014년 3월4일 크레스트 파트너에게 350억원을 대여하고, 문은상 전 대표 등은 이 대금으로 신라젠 BW를 인수했다. 이틀 뒤 신라젠은 BW 납입 대금을 크레스트 파트너에 대여했고, 크레스트 파트너는 이를 받아 DB금융투자에 상환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 과정에서 DB금융투자 쪽이 가장납입 공동정범이라고 보고 당시 재직했던 손모씨와 이모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5년을 선고하고, DB금융투자에는 양벌규정을 적용해 5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가장납입은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증자를 하면서 주금이 납입되지 않았는데도 납입된 것처럼 가장해 발기인이 설립등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고원종 대표를 포함해 이번에 고발당한 4명의 전현직 DB금융투자 임직원은 법원 판결을 빗겨갔다.
DB금융투자가 가장납입 공동정범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주주연대는 지난달 말부터 고원종 대표의 사과와 300억원대 배상, IPO 자문료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율 변호사는 DB금융투자가 신라젠 BW 발행을 통한 자금 돌리기를 계획하고 주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율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DB금융투자는 BW 발행을 직접 기획·설계해 신라젠 경영진에게 제안했다"며 "DB금융투자는 사전에 관련자들의 계좌와 입출금 전표, 법인인감을 확보한 다음 자금 흐름을 통제하는 등 BW 발행의 핵심적인 부분을 직접 수행하고 전 과정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 및 기소가 이뤄진 (DB금융투자) 임직원은 손씨와 이씨뿐"이라며 "피고발인 고원종은 지금까지 DB금융투자의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로서의 지위를 겸하고 있고, (다른 피고발인들은) 회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의 지위를 겸했고 DB금융투자가 기획·주도한 BW 발행 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