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세계 경기의 풍향계 '한국은 지금'

입력 : 2022-09-14 오전 6:00:00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부채·금융위기를 겪게 될 이유는 많다. 경기 후퇴가 짧고 얕을 것이라는 관측은 완전히 망상이다. 1970년대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2008년 심각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심각한 경제적 위기가 올 것이라고 본다. 가까운 미래에 위기가 온다면 그 위기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악의 경제위기가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다음에 올 경제위기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와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잇따라 꺼내든 경고성 발언이다.
 
‘상상 초월’이라는 극한 위기감의 표현이 의미하듯 글로벌 경기침체의 암연은 한국경제에 커다란 위협 요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은 경기 지표를 미리 엿볼 수 있는 풍향계다.
 
여러 나라 수출로 먹고 사는 ‘세계 1위 대외 무역의존도’ 국가이기 때문이다. 높은 대외 무역의존도는 세계 경제 악재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 우려로 먹구름만 드리워졌다. 올해 무역수지 지표를 보면 지난 4월부터 24억7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5월에는 -16억 달러, 6월 -24억8700만 달러, 7월 -48억500만 달러, 8월 -94억7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4년여만에 5개월 연속 적자다. 이달 1∼10일 통관 기준 잠정치인 수출액은 162억4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6% 급감했다. 수입 증가율은 15개월 연속으로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24억4300만 달러 적자다. 이는 지난해 14억8300만 달러보다 9억6000만 달러 더 추락한 규모다.
 
이러한 추세라면 25년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다.
 
수출의 경우 버팀목인 반도체는 기술패권 경쟁 앞에 징후가 좋지 않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약화, 가격하락 등 영향으로 7.8% 감소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 수요 감소와 미국의 중국 견제로 국내 업체들의 반도체 수출길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내달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암울한 전망을 더하고 있다.
 
세계선도 분야이자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전망도 어둡다. 전년보다 -17.9% 줄어든 자동차 수출액의 돌파구는 전기차에 달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나라 전기차는 수출 세계 4위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올해 상반기 점유율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문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년보다 11.7% 증가한 석유제품 수출도 원유가격이 오른 탓에 되레 비싸게 판 덕일 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국제 에너지가 불확실성을 단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두 달 간 내림세를 보이던 경유 가격을 보면 흔들릴 기세가 역력하다.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핵심 가스관이 막히면서 대체 수요인 경유로 몰려 휘발유보다 가파르다.
 
어찌 보면 수출 강국이던 우리나라가 세계적 인플레이션만 수입하는 꼴이 되고 있으니 수입 강국 코리아 격이요. 미국은 인플레이션 수출국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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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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