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대통령실 수석은 물론 국무총리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영빈관 신축 논란을 집중 겨냥했다. 기존의 사적 채용 및 관저 수주 특혜 의혹까지 더해 전면적인 국정조사를 통해 '비밀'의 대통령실을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논란의 중심에는 김건희 여사가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영빈관 신축 문제를 파고 들었다. 서영교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불러 세워 "영빈관을 짓는 데 드는 878억원 예산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한 총리는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대통령도 모르는 예산이었냐"고 재차 물었고 한 총리는 "최고 통치권자가 다 그걸 파악하고 (예산이)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영빈관 신축 비용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한 총리 발언에 대해 민주당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 단장을 맡고 있는 한병도 의원은 2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저도 청와대에 있었지만, 수석비서관들은 매일 회의를 진행하며 여러 사안을 논의한다. 영빈관 신축에 대해 몰랐다는 한 총리의 말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대변인을 지냈던 김종민 의원은 "지금 총리도, 수석들도 (관련 예산 편성을)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않느냐"며 "어떤 결정권자가 결정을 했을 텐데, 그러면 김건희 여사가 했다는 것이냐"고 의심했다. 김 여사는 앞서 대선과정에서 공개된 이른바 '7시간 녹취록'에서 청와대 영빈관을 옮길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 제1차 회의에서 한병도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의원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대통령실 의혹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는 이미 제출한 상황으로, 여야 합의가 이행돼야 한다"며 "사적 채용·관저 수주·영빈관 의혹까지 더해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한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더 소요되는 예산이 있을 것 같아 (영빈관)부지를 어디로 예상했냐고 기획재정부에 자료 제출 요구를 계속하고 있는데 뭉개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걸 계속 파헤쳐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19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이전 관련해 예산 전횡이나 원래 약속했던 금액보다 늘어난 부분이 있어 저희 당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영빈관 관련 부분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국정조사를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첫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관련 예산을 496억원 규모로 제시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재적의원 4분의 1(75명) 이상이 동의하면 제출할 수 있다. 국정조사가 이뤄지기 위한 특위 계획서는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현재 169석으로, 국회 과반 의석 수를 가진 만큼 산술적으로는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에 이어 독주 이미지가 재연될까 염려에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17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사적 채용 의혹 등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국회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먼저 집무실과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의혹을 보면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업체가 대통령실 관저 공사를 수주하며 논란이 됐다. 이외에도 대통령실 청사 공사에서 설계·감리를 수의계약으로 맡은 업체가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건진법사'와 관련 있는 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고, 코바나컨텐츠 전시도 수차례 후원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후가 의심됐다.
김건희(가운데) 여사가 지난 6월13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후 권양숙 여사 예방을 위해 권 여사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적채용 논란도 있다. 김 여사가 지난 6월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할 당시 수행원 중 일부가 코바나컨텐츠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낳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수행한 직원 한 명은 코바나컨텐츠에서 잠깐 근무를 했다. 또 다른 한 명도 역시 그쪽(코바나컨텐츠)에서 일을 도왔던 적이 있다"면서도 "이들은 모두 전직 직원으로, 현재는 코바나컨텐츠하고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사적 인맥을 공적 영역인 대통령실에까지 끌어들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지인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첫 순방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 신모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동행한 게 대표적이다. 신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공군1호기를 타고 윤 대통령 내외가 묵었던 마드리드 숙소에 함께 머물면서 김 여사가 참석한 행사기획 업무 등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씨는 선발대로 참가해 행사일정을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