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경덕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서울시가 개최한 한 행사에서 일왕과 일본 순사 복장을 대여할 수 있게 해 논란이 불거지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26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시대상을 체험해 본다는 취지이지만, 일왕과 일본 순사 복장을 대여하는 건 아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동에 있는 덕수궁 중명전은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곳”이라며 “지난달 재개장한 광화문광장 앞 버스정류장에 조선총독부와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포함된 작품이 설치돼 큰 논란이 됐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서 교수는 “이번 일은 누리꾼들이 분노만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차분히 문제를 제기했고 공론화를 시켰기 때문에 시정될 수 있었다”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지자체가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서는 국민들의 정서를 먼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큰 교훈을 반드시 잊지 말길 바란다”고 썼다.
앞서 서울시 문화재정책과는 전날 “행사 운영업체가 시의 승인을 받지 않고 현장에서 임의로 문제의 의상을 비치하고 대여했다”며 법적 책임을 강력하게 묻겠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행사 대행업체 A사 대표 B씨는 25일 뉴스1과 전화 통화에서 "운영 대행사에게 처음에 방향성도 이야기를 들었고, 행사 전에도 리스트를 제공해 승인이 났다"며 "그 리스트는 행사 전에 냈던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종류가) 많을수록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다양하게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려다 보니 일이 커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23일~24일 서울 정동길 일대에서 열린 '2022 정동야행'은 시민들이 우리나라 전·근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중 문제가 된 '정동환복소'는 소정의 대여료를 지불하고 정해진 시간에 개화기 의상과 한복을 직접 입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본래 사전 협의를 통해 승인된 체험 의상은 대한제국 황제복, 대한제국 군복, 한복, 남녀교복 춘추복, 여자 드레스, 남자 셔츠·바지·보타이 등이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