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면역항암제가 기전상의 장점을 갖춘 반면 치료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어 국내외 기업의 병용요법 임상시험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사진=지놈앤컴퍼니)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면역항암제가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것과 달리 모든 환자에게서 같은 수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기업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병용요법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5일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국내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1866억원으로 지난 2019년 1년치 매출 1940억원을 일찌감치 앞질렀다.
면역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최근 암 환자들에게 자주 쓰이는 3세대 항암제로 분류된다. 이전 세대의 항암제들이 독성이나 내성 등의 한계를 보이는 반면 면역항암제는 인간이 가진 면역 기능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들어져 효과 대비 부작용이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면역항암제가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대신 항암효과를 키우도록 만들어졌지만,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신체 기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단점이다. 다만 이 경우 대부분 경미한 정도로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중대한 면역항암제의 단점은 활용범위다.
흔히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반응을 이용하는 기전상 모든 암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는 여러 암종에 걸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성패는 환자의 특성에 따라 갈린다. 같은 암을 앓는 환자라도 암을 유발하는 유전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치료 대상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바로잡기 위해 등장한 방법은 병용요법이다. 병용요법은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후보물질과 글로벌 제약사의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임상이 다수 치러지고 있다.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기반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메드팩토(235980)는 자사 물질 '백토서팁'으로 병용 임상 포문을 열고 있다.
백토서팁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저해하는 형질전환증식인자 TGF-β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메드팩토는 백토서팁과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을 거쳐 조기 상업화를 노리는 중이다.
메드팩토가 진행하려는 백토서팁과 면역항암제 임상은 2개로 적응증은 대장암과 췌장암이다. 대장암 임상에 백토서팁과 함께 쓰이는 면역항암제는 MSD(머크) '키트루다'다. 췌장암 임상에선 세르비에 '오니바이드'가 백토서팁과 함께 투여된다. 메드팩토는 내년 상반기 중 대장암 임상을, 연내 췌장암 임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승인계획 사전(Pre-IND) 미팅이 순조롭게 진행된 만큼 대장암 임상은 내년 상반기 중 FDA에 글로벌 3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은 물론 IND 승인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췌장암 임상도 연내 신청을 마무리해 조기 상업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 연구원이 신약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지놈앤컴퍼니)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사
지놈앤컴퍼니(314130)는 최근 자사 후보물질 'GEN-001'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하는 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GEN-001은 건강인의 장에서 분리 동정한 락토코커스락티스 단일 균주를 주성분으로 한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지놈앤컴퍼니는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치르면서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GEN-001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살펴본다.
이 밖에도 지놈앤컴퍼니는 머크·화이자의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와 GEN-001을 함께 투여하는 임상 2상도 진행 중이다. 임상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공개될 예정이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IND 신청으로 향후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판매 중인 면역항암제 계열 모두와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업계에선 국내 기업의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에 대해 위험 부담을 낮추면서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제 적응증은 물질 특성과 연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지만 치료 대상은 제한적일 수 있어 개발사 입장에선 풀어야 할 숙제"라며 "다른 후보물질과의 병용 임상은 이런 난관을 헤쳐나가도록 돕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개발된 면역항암제와 병용 임상을 추진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임상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고, 면역항암제 개발사는 치료 대상을 확장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어 상부상조"라며 "자체 개발한 후보물질 단독 임상을 진행하기 앞서 여러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점도 병용 임상 이점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