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핵심 증인들이 도피성 출장을 떠나면서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증인들이 대거 불참한 상황에서도 야당은 김 여사의 논문과 관련해 기존의 네 편에서 추가로 두 편의 논문 표절·위조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4일 국회에서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를 열고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격돌했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을 집중 검증하겠다며 임홍재 국민대학교 총장,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등을 일반증인으로 단독 채택했다. 하지만 이날 두 총장 모두 도피성 출장을 떠나면서 ‘맹탕 국감’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두 증인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불출석한 것을 두고 ‘도망’으로 규정, 집중 비판했다. 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임 총장이 제시한 해외출장 일정이 급조된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임 총장 출장과 관련한 일정표에 코이카 몽골지사 방문 일정도 포함돼 있는데, 코이카 관계자들과 통화해보니 총장 방문 일정은 ‘금시초문’이라는 놀라운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임 총장이 (국감 불출석)사유서와 함께 증빙서류로 출장 일정표만 제출했고 항공권은 첨부하지도 않았다”며 “이쯤되면 해외출장을 갔는지 안 갔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들이 국민대 항의방문을 갔을 때 임 총장이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거짓말한 사례를 들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장 총장 역시 출장을 결정한 시점이 증인 채택이 이뤄진 지난달 23일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도피성 출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의 논문 지도교수인 전승규 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 교수에 대한 동행명령 발부 등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초 민주당은 전 교수를 국감장으로 불러 김 여사의 논문 작성 경위, 박사 논문 지도과정, 국민대 윤리위 재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묻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전 교수가 대학 수업이 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 끝내 국감장에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 교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대학 수업이 예정돼 있다고 했으나, 해당 강의실은 문이 굳게 잠겨 있는 등 실제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증인들이 출석하도록 위원장 명의로 촉구한다”며 “동행명령을 거부해도 징역형으로 처벌토록 돼 있는 만큼 출석 요구는 정당한 것이라는 사실을 위원장이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증인이 지정한 장소까지 오게끔 동행명령을 의결할 수 있다. 문제는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과 달리 동행명령은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 직원이 동행명령장을 들고 동행을 요구해도 거절하면 그만이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이 이번 국감의 화두로 오른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서병수 의원은 "그 분이 현재 윤 대통령의 부인이기는 하지만, 석사와 박사학위 논문 학위를 받았을 시점에는 공적인 위치에 있지 않았다. 결혼도 하기 전"이라며 "그렇다면 개인의 일탈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 의원은 "국민대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등이 중요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국민대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며 "그런 것을 국감장에 끌고 와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관련해서 강행처리된 증인 채택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 여사의 논문을 검증한 범학계 국민검증단 일원으로 활동한 김경한 교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도 국감장에 올랐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김 교수가 43%의 논문 표절률을 보였다며 “다른 사람의 논문을 검증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국감에서 김 교수가 직접 정 의원이 ‘표절’이라고 지적한 논문이 자신의 논문이 아닌 동명이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모습도 연출됐다.
국회 교육위 야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하면서 김이 빠졌지만, 야당은 김 여사가 표절했을 가능성이 있는 논문 두 편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논문은 단독 저자로 작성된 ‘디지털 콘텐츠의 이용만족이 재구매 요인에 미치는 영향’(디지털 논문)과 경인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김모 교수의 논문에 2저자로 참여한 ‘디자인예술 참여 유인요소로서 광고 영상 매체와 비영상매체가 참여자 인식에 미치는 영향-서울 디자인 올림픽 2008’(디자인 논문)을 중심으로’다. 두 논문 모두 한국폴리텍대학 디자인과 겸임교수 김건희라고 작성돼 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두 논문을 분석한 결과 디지털 논문은 2008년 11월, 한국체육학회지에 발표된 ‘골프 연습장의 이용만족과 재구매 요인에 미치는 영향’을, ‘디자인 논문’은 2008년 11월, 한국사회체육학회지에 발표된 ‘여가활동 참여에 있어 무용공연의 광고 영상매체와 비영상매체가 관람객 인식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각각 베껴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두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 시점이 김 여사의 한국폴리텍대학 재계약 시점과 유사하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의 논문들이 혹시 재임용 과정에서 연구실적으로 활용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민대는 물론 다른 대학 임용과정에서 활용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