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술을 받은 전립선암 3기 환자들의 장기 경과가 개복 수술 경과와 유사하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전립선암 수술은 좁은 골반 깊숙이 있는 전립선의 위치를 고려해 시야 확보와 손 움직임 등이 용이한 로봇 수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전립선암 로봇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은 여러 임상과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데, 최근 암이 정낭까지 침범된 3기 전립선암에서도 로봇 수술이 장기적으로 우수한 경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한종·정인갑·서준교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은 정낭 침범이 있는 3기 전립선암으로 로봇 및 개복 수술을 받은 환자 510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10년간 암 전이 없이 생존한 사람의 비율이 로봇 수술 그룹과 개복 수술 그룹 모두 66.7%로 나타나 고위험 전립선암 치료에서도 로봇 수술이 개복 수술만큼 우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인구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발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여느 암과 마찬가지로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면 전립선암 사망률이 높아진다.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 개복 또는 로봇 수술이 진행된다. 로봇 수
술은 복부에 직경 1㎝의 구멍을 대여섯 개 뚫고 로봇팔과 내시경을 넣어 전립선을 완
전히 절제한 다음 방광과 요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로봇 수술은 좁은 골반 안에서도 로봇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수술 과정에서 출혈을 억제해 집도의에게 좋은 시야를 제공하며 3차원 카메라를 이용해 깊이감이 있고 확대된 화면을 보여준다.
특히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에 비해 신경과 근육을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 이를 통해 발기부전과 요실금 같은 후유증을 막을 수 있어 환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로봇 수술은 미세 침습 수술이라 환자들의 통증과 상처가 적으며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로봇 수술은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고가의 수술비를 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많은 이점을 고려해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전립선암 수
술의 약 90%가 로봇 수술로 진행되고 있다.
정낭은 전립선과 방광이 만나는 뒤쪽에 위치해 있어 정액을 구성하는 액체를 분비하는 기관이다. 정낭 침범이 있다는 것은 암이 전립선을 감싸고 있는 피막 밖으로 나와 주변 조직까지 침범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고위험군인 전립선암 3기로 간주된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의료기관 네 곳에서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을 받은 정낭 침범 전립선암 환자 510명을 로봇 수술 그룹(272명)과 개복 수술 그룹(238명)으로 나눈 뒤 5년, 10년간의 무전이 생존율과 무재발 생존율을 비교했다.
암 전이 여부는 영상 자료와 조직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고 암, 재발 여부는 전립선특이항원(PSA)의 농도 상승을 기준으로 했다.
비교 결과. 5년 무전이 생존율은 로봇 수술 그룹 82.1%, 개복 수술 그룹 86.1%였다. 10년 무전이 생존율은 두 그룹 모두 66.7%였다.
5년 무재발 생존율도 로봇 수술 그룹 22.5%, 개복 수술 그룹 20.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10년 무재발 생존율 역시 각각 13.9%, 11.6%로 비슷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대규모의 정낭 침범 전립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로봇 및 개복 수술의 경과를 장기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안한종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진 3기 전립선암에서도 로봇 수술의 장기 결과가 개복 수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종양학적 결과와 부작용, 발생 환자의 삶의 질 등 다양한 측면에서 로봇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갑 교수는 "전립선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검진이 중요하다"며 "조기검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전립선특이항원 검사는 간단한 혈액 검사로 전립선암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증상이 없더라도 50대 이상 남성과 가족력이 있는 40대 이상 남성은 1년에 한 번 전립선암 검진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비뇨기종양학회의 지원하에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암 연구 및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ancer Research and Clinical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