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소수 기업의 독과점 형태를 보이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국내 기업이 연이어 참전하고 있다. 전문가는 기존 백신과 동등 이상의 예방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점과 막대한 임상시험 자금을 과제로 지목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여러 기업들은 대상포진 백신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임상시험을 추진하거나 진행 중이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백신 예방접종을 한 사람의 몸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할 때 걸리는 질환이다. 주로 체내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발병하는 특성을 보인다. 감염 후에는 바이러스가 신경절(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이 통합되는 부위)을 파괴하는 신경통 합병증도 조심해야 한다.
대상포진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백신이 개발됐지만 효과는 좋은 편이 아니다.
조스타박스는 임상 결과 50대에서 1회 접종 시 약 70%, 60대에서 1회 접종 시 약 64%의 대상포진 예방효과를 보였다. 스카이조스터는 임상 3상에서 조스타박스와의 비열등성을 입증해 예방효과는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사진=의약품 사전)
두 백신의 경쟁 품목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로, 오는 12월 국내 출시된다. 임상에서 확인된 이 백신의 예방효과는 50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96%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에선 98%의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싱그릭스가 다른 백신과 달리 2회 접종해야 하는 문제에도 높은 예방효과를 앞세워 국내외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석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접종 수요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며 "안전성 우려가 없는 이상 유효성에서 압도적인 싱그릭스의 시장 내 입지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은 싱그릭스의 대항마를 내놓기 위한 담금질을 준비 중이다.
GC
녹십자(006280)의 경우 미국 자회사 큐레보가 최근 펀딩으로 6000만달러(약 700억원)를 확보해 미국에서 대상포진 백신 'CRV-101' 임상 2b상에 나선다. 이 임상은 싱그릭스와 안전성, 유효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GC녹십자는 "CRV-101은 기존에 승인된 대상포진 백신과 비슷한 효능을 보이면서 부작용 부담이 적은 동시에 최적의 면역반응을 내도록 설계됐다"며 "지난해 진행된 임상 1상에서 CRV-101은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울 만큼인 3등급 이상의 중증 주사 부위 부작용이 없었고, 같은 등급의 전신 부작용 비율이 1.3%로 나타나는 등 강력한 면역원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차백신연구소(261780)는 국내 임상으로 방향을 잡았다. 차백신연구소는 지난 2월 허가당국에 임상 1상 신청을 취하한 지 약 3개월 뒤인 5월 재도전을 선택했다. 차백신연구소는 임상에서 자체 개발한 면역증강제를 기반으로 한 대상포진 백신 ''CVI-VZV-001'의 용량별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해 2상 권장용량을 결정한다.
차백신연구소는 "GSK의 싱그릭스와 비교할 때 효능은 동등 이상이면서도 통증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대상포진 백신의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도 억제할 수 있으며 면역증강제를 통해 면역효과를 높여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에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싱그릭스 대비 동등 이상의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점과 이 과정에서 쓰이는 막대한 비용을 숙제로 꼽았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대상포진은 코로나19와 달리 변이 바이러스가 많지 않은 질병이라 싱그릭스의 예방효과는 매우 높으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국내 기업이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시장성은 매우 높다"면서도 "싱그릭스와 동등하거나 높은 예방효과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통계적으로 증명하려면 백신 대상자 수도 많이 필요해 임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