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국도 핵무장에 부정적…북핵 해법, 돌고돌아 '확장억제'

주한 미 대사 "전술핵 주장 무책임·위험" 일축…정부, 북핵 대응책 고심
한미일 군사협력·확장억제 강화 '투트랙'…"미 핵우산·전략자산 절차 제도화해야"
미 전략자산 상시배치, 사실상 어려워…"핵위협 단계별 고조 따른 상시 순환전개 가능"

입력 : 2022-10-19 오후 3:59:05
19일 오후 경기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 일대에서 호국훈련 일환으로 열린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K2 전차가 부교를 건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한국의 독자 핵무장 주장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북한의 핵위협 대응 차원에서 핵무장을 하나의 해법으로 설정했던 정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북핵 대응은 당초 계획대로 한미 간 확장억제 협력을 실질적으로 내실화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8일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관련한 질문에 "전술핵이든 아니든 핵무기로 인한 위협을 증가시킬 게 아니라, 긴장을 낮추고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는 블라디미르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은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뒤 독자 핵무장 주장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여권의 잇단 핵무장론 제기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불신으로 바라볼 수 있다. 골드버스 대사도 "확장억제는 미국이 가진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을 동원해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그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조진구 경남대 교수는 1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에 반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의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주장은)미국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에 대한 한국의 불신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본다면 NPT 체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큰 틀에서 허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일본, 대만 등도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커 동북아에서 핵 도미노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는 곧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의미해 결단코 수용하기 어렵다.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핵무장론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의 강경론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정부 반대에도 핵무장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 훼손마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제1기조로 삼은 윤석열정부도 핵무장이 아닌 다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군 함정들이 지난달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뉴시스 사진)
 
미국 입장이 확인됨에 따라 북핵 해법은 기존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와 함께 한미 간 확장억제를 내실화하는, 투트랙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에상된다.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전 장관도 "윤석열 대통령이 전술핵 이야기는 안 하고 확장억제 강화로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합리적인 대응방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정부 내에서도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핵우산 제공과 관련한 시스템 정비, 제도화가 필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한미 간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한 협의체 구성,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절차 정비,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작전계획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재인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부승찬 전 대변인은 "현재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미국을 믿는다는 심리적 믿음만 갖고 있다"며 "최소한 나토(북대서향조약기구·NATO) 수준까지는 제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토는 정례적으로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과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이라는 훈련을 통해 핵 억제력을 점검하고 있다. 부 전 대변인은 "한미 간 핵계획그룹이 만들어져서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작전 계획, 단계별 전략자산 전개 절차 등이 한미 간에 확실하게 정립돼야 한다"고 했다.
 
한미 간 확장억제의 실효적 강화 방안은 조만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될 예정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의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확장억제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배치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 전략자산이 상시배치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미 2만8000명 이상의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국방 관계 및 안보 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과의 약속의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주둔 자체가 한국 방어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으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에는 부정적이었다. 
 
미군 기지가 유럽과 중동을 포함한 5대양 6대주에 걸쳐 광범위하게 포진돼 있는 상황에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배치할 여력이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북한의 핵위협 고조에 따른 상시 순환전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 전 대변인은 "상시 순환배치는 아니더라도 핵위협의 단계별 고조에 따라 워치콘(정보감시태세)과 데프콘(방어준비태세) 등의 셋팅이 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맞춰 한미 연합 전력이 움직일 필요가 있고, 그러면 상시 순환전개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도 강경론을 이어갔다. 그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NPT 탈퇴로 인한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 제재 등의 우려에 대해 "경제적 보복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통해서 우리를 지킬 수 있도록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핵무장론을 거듭 주장했다. 당권주자들 가운데에서는 조경태 의원도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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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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