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원청 사용자 확대' 인권위 권고 거부

"사용자 개념 과도히 확대될 우려"
"국회, 노조법 개정안 입법화할 것"

입력 : 2022-10-27 오후 2:10:59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고용노동부가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를 원청에 두도록 하는 노조법 2조 확대개정 권고를 거절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노동부에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근로계약 체결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노조활동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노조법 2조 2호 '사용자' 개념을 확대 개정할 것을 지난 6월 권고했지만, 노동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노동부는 인권위 권고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용자 개념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회신했다.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 등 위법적 사항을 고려해 사용자 개념 요소를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 정합성'을 떨어뜨린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에 인권위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원청이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상대에서 제외된다면, 노동3권을 통한 하청근로자의 노동조건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노동부는 근로자 측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거확보가 어려워 노동위원회법 제 23조를 개정해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문서제출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라는 인권위 권고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부는 "근로자가 요청하면 노동위원회가 서류제출 명령을 할 수 있다"며 "굳이 근로자에게 신청권을 부여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인권위는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사용자에게 편중된 현실에서 노동위원회가 직권조사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근로자의 신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9년과 2019년에도 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 규정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원하청 관계에서 하청 근로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적 분쟁으로 노동사건의 상당수가 차지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하청근로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한 점도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인권위는 "현재 국회에는 노조법 개정 법안이 발의돼 있다"며 "국회가 이를 조속히 논의한 후 입법화해 하청근로자의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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