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가 지난 2020년 발행한 3억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상당 부분을 조기 상환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로 거액의 보상금 지급이 예정된 카카오로서는 다량의 현금이 유출되는 악재가 겹친 셈이다.
카카오(035720)는 28일 2020년 10월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3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3395억원) 규모 중 2억6830만달러(28일 환율 기준 약 3825억원)를 조기상환했다고 공시했다. EB 교환가액은 47만7225만원으로 액면분할 후 환산한 교환가액은 9만5359원이다. 이날 조기상환되지 않은 EB 중 900만달러는 카카오가 보유하던 자사주로 교환됐다. 남은 EB는 2270만달러(약 323억원)다.
EB는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유가증권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투자자는 발행사의 주식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발행회사는 낮은 이율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발행사의 주가가 부진하면 교환 권리를 포기하고 채권 원리금만 회수하면 된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로비 모습. (사진=카카오)
앞서 카카오는 2020년 10월22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3억달러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만기는 2023년 4월28일까지다. 통상 투자자가 EB 보유기간 받는 이자수익을 규정하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0%였다. 투자자들이 카카오의 주가상승 가능성에 기대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의 주가는 4만8750원으로, EB 발행 당시의 전환가액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날부터 카카오 EB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했는데, 투자자들은 만기일까지 카카오의 주가가 전환가액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무게를 두고 원금만 회수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고물가·고금리로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는 등 대외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한 점도 투자자들의 이 같은 선택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EB 조기상환으로 카카오는 대규모 현금 지출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현금 유동성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올 상반기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2800억원에 이른다. 사내 유보현금을 나타내는 이익잉여금은 3조630억원 수준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