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핼러윈 행사를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규정하며, 1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다분히 책임 회피성으로 읽혀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MBC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사망하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이번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대해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며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파가 이 정도일지 예상 못 한 것이냐'는 질문에 "작년보다는 많을 거라고 예측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많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또 핼러윈 행사의 명확한 주최자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대비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며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이 장관은 31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대참사를 면할 수 있다"면서 "섣부른 결론을 내고 원인이 나오기도 전에 이런저런 추측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이라고 부연했다. 행안부는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이 장관 말을 전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