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핼러윈 데이 이태원에 13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156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주도 행사가 아니라 대비할 수 없었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을 두고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관활구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공식 사과하며 뒷수습에 나섰지만 공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1번 출구 앞에는 이번 압사 사고에 희생된 고인들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시민들은 각자 꽃과 애도문을 준비하고 안타깝게 떠나간 피해자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특히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연령대가 20·30대인 만큼 청년들은 같은 또래의 사망이 피부로 다가온다며 함께 슬퍼했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기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만난 조문객들은 자신도 현장에 있었으면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미흡한 대비책을 한목소리로 꼬집었다.
비슷한 연령대가 다수 숨져 비통한 마음으로 추모를 하러 왔다는 박새롬(23·경기 구리시)씨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한 나라의 장관이 경찰 배치를 늘렸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말을 한 기사를 보고 화가 많이 났다"며 "무책임한 발언이며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다른 곳으로 눈 돌리게 하지 않고 제대로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로 지인이 숨져 조문하러 왔다는 여성 김경미(25·서울 동대문구)씨도 "압사 사고가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경찰분들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질서를 좀 잡아줬으면 이 희생을 줄이거나 아니면 아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며 "사람이 많으면 질서가 안 잡히는게 당연한데 10만명 이상이 우려할 인파가 아니라고 판단한 건 잘못됐다"고 분을 토했다.
지자체 차원의 역할을 다했다는 박희영 구청장의 발언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중인 20세 남성 임준영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이태원에서 핼러윈 데이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렸는데도 불구하고 준비를 못 한 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하다"며 "사건 발생 전에 쓰레기 대책이나 주정차 단속,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시민통행이나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건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기사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강원도에서부터 추모를 하러 온 김태승(34)씨도 "아무리 민간 주도형 축제라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구청 차원에서 관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이 든다"며 "며칠 전에 회의를 했으면 일방 통행이나 경찰 협조로 바리게이트를 친다든지 위 아래 길이 엇갈리지 않게 대책을 세웠으면 (사고가) 좀 덜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국민 공분이 사그라들지 않자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박 구청장은 이날 동시에 뒷수습에 나섰다. 이 장관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보고에 출석하고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큰 충격을 받은 국민께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말해, 여론의 거센 질타를 의식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날 오전 11시 기준 발표한 사망자는 총 156명이다. 사망자 중 유족과 협의가 끝난 일부 희생자는 이날부터 발인을 시작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